작심삼일 되는 새해 결심이라고 하면 단연 금연, 다이어트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워라벨(일과 개인 삶이 균형을 이루는 것)’ 역시 빠질 수 없다. 많은 직장인이 워라벨을 찾겠다고 결심하지만 현실은 참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늦기 전 첫 단추를 끼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몸과 마음건강이 모두 무너지는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 정서적 탈진)’이 올 수 있어서다.
번아웃증후군은 충분한 휴식 뒤에도 극심한 피로 증상이 풀리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직장스트레스’로 규정됐다. 의학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관리해야 하는 직업 관련 증상으로 인정된 것이다.
번아웃증후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박세진 교수는 “일반적으론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생긴 부신의 코르티솔호르몬과 교감신경항진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코르티솔호르몬을 적절히 분비해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호르몬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면서 항상성이 깨져 피로물질이 쌓이는 것이다. 지나친 업무량과 영양소가 부족한 식사, 부적절한 휴식 등으로 부신기능이 저하되면서 생기는 내분비 호르몬변화로도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등에 잘 걸리고 이유 없는 체중감소, 알레르기증상, 관절통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우울감, 불면증과 함께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어지럽거나 실신하기도 한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꼭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생긴다.
속도 편치 않다. 명치 부위가 뻐근하거나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고 배가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든다. 비뇨생식기계 증상으로는 밤에 소변을 자주 보고 생리 전 긴장감, 월경통 등이 나타난다. 두근거림, 잦은 맥박이나 느린 맥 등 심혈관계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어깨가 뻐근하고 두통, 이명 등도 발생한다. 음식이나 약물에 알레르기반응이 잘 생기고 술을 전보다 잘 못 견디며 짜고 단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단 모든 사람이 이러한 증상들을 겪는 건 아니다. 증상이 나타나도 번아웃증후군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본인이 지치지 않았는지 평소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지쳤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황소영 교수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힘든 점 나누기 ▲업무는 되도록 정해진 시간 내 끝내고 집으로 가져가지 않기 ▲잠 대신 좋아하는 취미생활 등 능동적인 쉼 갖기 등을 권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현철 교수는 “만일 변화를 시도했는데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지속돼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환자 상태에 맞춰 횡경막(복식)호흡법, 자율훈련법, 인지행동요법, 점진적 근긴장이완법 등을 시행할 수 있으며 심한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활습관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스스로가 가장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찾고 충분히 수면을 취한다. 특히 멜라토닌호르몬이 분비되는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깊이 자야 한다.
영양분 섭취도 중요하다. 골고루 먹되 커피나 술, 음료수, 담배 등 자극적인 음식은 삼간다. 인공감미료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 노출도 피하는 것이 좋다. 요구르트, 우유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은 만성피로 완화와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된다.
박세진 교수는 “운동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자율신경의 하나인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면역계를 자극하지만 단계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번아웃이 심한 상태에서의 과한 운동은 오히려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