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는 세 종류의 밀을 통칭하는데, 유럽 국가에서는 주로 에머밀을 일컫습니다. 만2000년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최초의 고대 곡물입니다. 그렇다면 파로 넣은 밥은 실제로 혈당에 도움이 될지 헬스조선 기자들이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재배된 ‘파로’로 실험
실험은 총 이틀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아침에 공복 상태에서 출근 직후, 하루는 파로와 쌀을 4대 6 비율로 섞은 밥 210g을, 다음날은 흰쌀밥 210g을 먹고 혈당 변화를 파악했습니다. 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반찬 없이 밥만 섭취했습니다. 기자 2명이 직접 섭취했습니다. 밥을 먹기 직전, 식후 한 시간, 식후 두 시간째의 혈당을 자가 혈당 측정기로 확인했습니다.
파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재배되는 것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파로는 유럽연합(EU) 법령을 준수해 재배하기 때문에, 화학적 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소위 말하는 유기농 곡물입니다. 고도가 높고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며 윤작을 통해 2~3년간 휴지기도 갖기 때문에 품질이 우수하고 가치가 높은 작물로 꼽힙니다.
◇ 파로 섞은 쌀밥, 혈당 덜 올릴까?
확실히, 파로를 섞은 밥을 먹었을 때 혈당이 덜 올랐습니다. 김서희 기자가 흰쌀밥을 먹은 날의 혈당 변화는 공복혈당 100→식후 한 시간이 지난 후 혈당 141→식후 두 시간 120이었습니다. 파로를 섞은 밥은 먹은 날 에는 공복 105→식후 한 시간 130→식후 두 시간 110이었습니다. 식후 두 시간째의 혈당만 따지면 쌀밥을 먹을 땐 20 올랐고, 파로 밥을 먹을 땐 5 오른 겁니다.
최지우 기자는 흰쌀밥을 먹은 날 공복혈당 105→식후 한 시간 155→식후 두 시간 135, 파로 밥을 먹은 날은 공복 100→식후 한 시간 125→식후 두 시간 107로 나타났습니다. 쌀밥은 혈당을 30 올렸고, 파로 밥은 7 올렸습니다.
파로 밥을 먹어본 기자들은 “평소 군것질을 자주 찾는데, 파로 밥을 먹은 날에는 배가 오랫동안 불러서 간식을 먹지 않았다”, “쫀득한 식감 덕분에 탄수화물을 건강하면서도 맛있게 섭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 ‘파로’, 왜 식후혈당 덜 올렸을까?
파로에 식이섬유와 저항성전분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식이섬유는 탄수화물의 소화·흡수 속도를 늦춰서 혈당을 완만하게 올립니다.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이 오래 유지돼 간식을 덜 찾게 해주고, 다음 식사 때 과식을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저항성전분의 경우, 파로 100g에 21.2g이 함유돼 있습니다. 이는 백미(0.64g)는 물론, 현미(2.63g)보다도 많은 양입니다. 저항성 전분은 위와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박테리아에 의해 발효되는 전분입니다. 한 마디로, 소화 속도가 느린 겁니다.
당 함량이 낮다는 점도 혈당을 관리하는 이들에게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당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가 떨어지는 ‘혈당 스파이크’를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파로에는 당이 100g당 0.87g으로 아주 적게 들어있습니다. 저당 곡물로 잘 알려진 카무트(100g당 7.84g)나 현미(73g)와 백미(78g)보다 낮은 수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