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 먹으면 24시간 동안 배고프다

낮에 더 배고픔 느끼고 칼로리 소모 감소, 지방 조직 변화까지

야식이 건강한 식습관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야식이 인체 대사 과정에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브리검 여성 병원에서 야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다각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세포 대사(Cell Metabolism)’ 저널에 10월 4일자로 게재되었다.

브리검 여성 병원(Bringham and Women’s Hospital, BWH)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더불어 비영리 병원‧의사 네트워크인 매사추세츠 제너럴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의 창립멤버다.

기존의 연구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

전 세계적으로 성인 6억 5천만 명이 비만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국 역시도 성인 비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19세 이상 성인의 비만 유병률이 38.3%로 높게 나타났으며, 그 전년도인 2019년에 비해 5.5% 높은 수치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비만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야식을 지양해야한다’는 것은 많이 알려졌지만, 야식이 인체 대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구체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또한 늦은 시간의 음식 섭취가 체중 조절 및 비만의 3요소, ‘칼로리 섭취량‧칼로리 소비량‧지방조직 변화’에 대한 영향을 동시적이고 종합적으로 조사한 연구는 없었다.

해당 연구는 늦은 시간이 식사를 하는 식습관이 칼로리 소비를 감소시키고 배고픔을 증가시키며, 무엇보다 지방 조직의 변화를 유발해 비만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실험적인 증거를 제공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연구의 교신저자이자 브리검 수면‧일주기 부서의 책임연구자인 프랭크 쉬어(Frank A.J.L. Scheer) 박사는 “기존 연구들에서는 야식이 비만 위험을 증가시키고 체지방 증가시키며 체중 감량 성공을 어렵게 한다는 연관성을 찾아냈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테스트하고 싶었다”며 연구의 동기와 의미를 설명했다.

‘식사 시간대’만 다른데 몸에 나쁠까?

니나 부요비치(Nina Vujovic) 박사는 “우리는 이 연구에서 ‘다른 모든 것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에도 먹는 시간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며 그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 우리는 식사 시간을 4시간 미루는 것이 배고픔을 느끼는 정도, 식사 후 칼로리를 연소하는 방식, 지방을 저장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부요비치 박사와 쉬어 박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이하 BMI 지수)에서 과체중 또는 비만 수치를 가진 16명을 대상으로 실험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이른 식사와 그보다 4시간 늦은 식사를 하도록 했다.
식사시간 외의 모든 조건은 동일하도록 통제했다. 식사의 식단을 똑같이 하는 것은 물론, 실험기간 전 2-3주 동안 참가자들이 일정한 수면과 기상 시간을 유지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정기적으로 배고픔을 느끼는 시간과 식욕의 정도를 기록했다. 또한 식사시간이 지방생성과 대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기 위해 하루 동안 수 회의 혈액 샘플을 소량씩 제공했다.

식욕조절 호르몬에 큰 영향, 포만감 24시간 감소

실험 결과, 늦게 먹는 것이 배고픔 및 식욕을 조절과 관련된 호르몬인 렙틴(leptin)과 그렐린(ghrelin)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포만감을 나타내는 호르몬인 렙틴의 수치는 늦은 식사를 했을 때, 무려 24시간 동안이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식 또는 늦은 식사를 하면 낮 동안에 더욱 배고픔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늦은 식사를 한 참가자들의 칼로리 연소 속도 또한 두드러지게 느렸고, 무엇보다 지방조직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방 생성이 증가하고 지방 분해가 감소, 결과적으로 지방 형성이 촉진됐다. 이와 같은 발견은 야식과 비만 위험의 상관관계에 대한 생리학적 및 분자적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부요비치 박사는 연구가 “야식이 비만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결과 역시 기존의 많은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특히 무작위 교차 연구를 채택하고 신체활동‧자세‧수면‧빛 노출 등의 행동요인과 환경요인을 엄격하게 제어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인체의 에너지 균형에 대한 다양한 체내 시스템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더 많은 여성참가자를 모집해 연구결과를 보다 일반화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월경 여부에 따라 여성참가자의 모집이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쉬어 박사와 부요비치 박사는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의 관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