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자가면역 질환에 취약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염증을 증가시켜 자가면역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정신뿐 아니라 몸에도 부담을 준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자연재해, 고문, 전쟁 등 심각한 사건을 겪은 이후에도 사건 현장에 있는 듯한 고통을 반복해서 느끼는 증상이다.
최근 이태원 핼러윈 대참사 현장에서 느닷없이 가까운 이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은 헤아리기 어렵다. 피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당시 현장에 있던 구조대원, 이를 영상과 사진을 지켜본 사람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건강 의료 매체 ‘헬스라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류마티스성 관절염, 건선, 크론병, 셀리악병 등 자가면역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후안 송(Huan Song) 박사를 포함한 아이슬란드대 연구팀은 1981년부터 2013년 사이에 PTSD 장애로 진단받은 스웨덴의 10만 6000명의 환자를 조사했다. 환자들의 형제자매나 PTSD가 없는 110만 명과 비교했을 때, PTSD환자가 자가면역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모두 41가지 자가면역 질환을 조사했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의 부교수인 그레천 나이(Gretchen N. Neigh) 박사는 “PTSD를 지닌 사람에게 자가면역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PTSD가 자가면역 질환을 유발한다고는 할 수 없는데, 둘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이 박사는 “사람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 시스템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물리적 변화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뇌는 다양한 신체 시스템을 조정하는 책임이 있는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러한 시스템이 기능하는 방식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면역체계는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나이 박사는 “스트레스가 심하면 면역 기능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코르티솔 조절 능력이 손상돼 염증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르티솔은 염증 억제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코르티솔 유사체를 처방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만연하거나 극심할 때 신체는 코르티솔에 저항하기 시작하거나 필요한 만큼의 코르티솔을 생산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내인성 억제력이 부족해 염증이 커질 수 있다. 염증은 자가면역 장애, 심장 질환, 그리고 당뇨병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과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켄터키대 심리학 교수인 수잔 세거스트롬(Suzanne Segerstrom) 박사는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자가면역 질환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스트레스가 질병을 발전시키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가면역 질환이 활성화되는 것은 전신성 염증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가면역 질환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지아 주립대학 공중보건대학원의 역학 및 생물통계학 부교수인 산타 리시 두브(Shanta Rishi Dube) 박사는 “스트레스가 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스트레스는 알약으로도, 주사로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몸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건강한 자기 관리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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