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잠드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밤 9시 뉴스를 보면서 꾸벅꾸벅 졸고, 새벽 2~3시 혹은 4시에 눈이 떠지고, 그 후로는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된다면 단순히 예민해졌다고 넘기기엔 곤란합니다. 수면 중 특정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깨는 현상은 몸속 장기들이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자오유주기(子午流注)’ 또는 장부시계 개념과 연결해서 설명합니다. 하루 24시간 동안 인체 장기가 시간대별로 순환하며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흐름으로 특정 시간대에 몸이 깨어나는 것은 그 시간대의 장부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정 시간에 자꾸 깨는 이유

| 새벽 1~3시: 간 기능과 감정 해독 신호 |
| 새벽 1~3시는 한의학적으로 간의 해독작용이 가장 활발한 시기입니다. 간에 과부하가 있거나 간기(肝氣)가 막혀 있으면 잠이 들기 어렵거나 꿈이 많아지며, 잠들었다가 깨는 일이 자주 생길 수 있습니다. 간은 분노와 관련된 정서와 깊이 연관되어 있어서 억눌린 감정이 간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수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현대의학에서도 간은 해독, 혈당 조절, 호르몬 대사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하며, 기능이 저하되면 피로감과 수면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데요. 특히, 과음 후 아세트알데하이드 축적이나 혈당 불균형은 새벽에 각성을 유발할 수 있고, 스트레스로 인한 코르티솔 분비 불균형 역시 간 기능과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

| 새벽 3~5시: 폐 기능 약화와 호흡기 문제 |
| 새벽 3~5시는 폐의 활동이 활발한 시간으로 실제 폐와 관련된 증상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알레르기나 천식을 앓는 분들이 이 시간에 기관지 증상이 심해지고,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도 새벽에 가려움과 염증으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에피네프린, 코르티솔 등의 호흡기 이완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고 히스타민 같은 염증 물질이 증가하기 때문인데요. 약물 복용 시기와도 연결되어 천식 약은 보통 취침 전에 복용하여 새벽 증상을 줄이게 됩니다.한의학에서는 폐가 면역, 호흡, 체내 기 순환을 주관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 시간에 자주 깨어난다면 폐 기능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현대의학적으로도 폐기종, 결핵, 천식, 기관지염, 수면무호흡증 등의 질환은 이 시간대에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며, 중년 이상의 남성, 비만, 코골이가 심한 분들에게 흔하게 나타납니다. |

| 새벽 5~7시: 대장 활동과 수면 후반의 체온 변화 |
| 새벽 5~7시는 대장이 숙변을 밀어내는 시간인데요. 장운동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배에 가스가 차거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복부 소음, 배변 욕구 등으로 인해 수면이 방해될 수 있습니다. 또한 수면 후반부에는 체온이 서서히 상승하면서 침구나 주변 환경이 더워지고, 이로 인해 수면 환경이 불편하게 느껴져 깨어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이처럼 시간대별로 자꾸 깨는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불면 문제가 아닌 장기 기능의 경고일 수 있습니다.
| 한의학의 자오유주기 개념은 현대의학의 ‘시간생물학(Chronobiology)’ 개념과도 통합니다. 시간에 따라 생리와 병리 현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연구하는 분야로, ‘생체리듬 치료(Chrono-therapy)’나 ‘시간영양학(Chrono-nutrition)’에서는 약물과 음식 섭취 시간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진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학적 재해석이 가능한 부분은 앞으로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