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은 사물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조직이다. 외부에서 눈으로 들어온 빛을 수용하고 뇌로 전달한다.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면 망막은 카메라 필름에 해당한다. 특히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거나 지속적으로 혈당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망막의 혈관이 손상되면 시력이 나빠진다. 심한 경우에는 실명할 수 있는데 이를 당뇨망막병증이라고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망막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출혈이 생기거나 망막이 붓고 구겨지는 등 나쁜 변화가 생기면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끝내 실명에 이르는 만성적이고 위험한 질환이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길고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을수록 당뇨망막병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당뇨 유병 기간이 6~10년인 환자 10명 중 2명이, 15년 이상인 환자 3명 중 2명이 당뇨망막병증을 앓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당뇨망막병증과 연령관련 황반변성, 녹내장은 국내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이 중 당뇨망막병증은 성인의 실명 원인 1위 질환이다. 당뇨망막병증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당뇨환자들 중 상당수는 안과 검진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눈 쪽에 증상이 나타날 때 많은 당뇨환자들이 노환이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러한 이유로 당뇨망막병증의 적절한 진단이 지연되고 끝내 실명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례를 자주 접한다.

당뇨환자의 경우 ▶시력 저하 ▶시야 흐림 ▶변시증(사물이 비뚤어져 보이거나 변형되어 보이는 증상) ▶비문증(날파리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증상) ▶광시증(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빛을 느끼는 현상) 등이 나타난다면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상당히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뇨황반부종, 견인성 망막박리 등 합병증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해당 질환의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당뇨를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은 반드시 안과에 내원해 안저검사(funduscopic examination)를 포함한 정밀한 안과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당뇨망막병증의 초기~중기까지는 환자가 자각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미 진행된 경우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 성적이 떨어진다. 정기적인 당뇨망막병증 선별검사가 필요한 이유다.
평소 혈당 관리 철저히, 1년에 한 번 안과 검진
문제는 선별 검사를 받는 환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당뇨병 환자 중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한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 안저검사를 받은 환자는 약 46%로 절반 이하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30대(35.9%)와 40대(35.8%)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낮았다.
또한 당뇨환자들은 백내장이 정상인보다 더 빨리 진행하고 그 외에도 각막(흔히 검은동자라고 일컫는 눈의 가장 바깥 부분) 등에 이상이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세극등 현미경 검사, 안저검사를 포함한 종합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 안저검사는 전통적으로 산동제(눈동자를 크게 만들어주는 안약)를 사용해 강한 빛을 눈 속에 쬐어 시행했다. 최근에는 산동제 점안 없이 무산동 상태에서 안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장비가 보급됐다.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해 시력에 가장 중요한 구조인 황반부의 이상 소견을 검사할 수 있는 빛간섭단층촬영계(OCT·optical coherence tomography) 또한 널리 보급된 상태다. 예전과는 달리 보다 편리하게 환자의 망막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당뇨망막병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통해 심각한 시력 상실을 50~60%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뇨망막병증의 진행 정도에 따라 경과 관찰에서부터 레이저 치료, 주사 치료, 수술적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다만 수술적 치료는 수술 기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미 발생한 망막의 손상을 완전히 원상태로 되돌려놓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장 좋은 치료는 미리 정기검진을 통해 눈 상태를 점검하면서 치료가 필요한 병변이 보일 때마다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평소 혈당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당뇨망막병증의 발병 유무를 확인하고 진행 정도를 평가해야 소중한 시력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