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증상도 발병 원인도 명확하지 않아 어려운 대장암
우리나라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암 환자는 총 25만 4,718명으로 이중 대장암 환자는 2만 9,030명인 11%에 달했다. 이는 갑상선암과 폐암, 위암 환자 다음으로 많은 숫자로 남녀 성비로 살펴보면 1.4:1로 남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했다. 전체 연령층에서는 60대가 26.3%로 가장 많이 발병했으며, 70대 25.3%, 50대 20.2%의 순으로 결국 50대 이상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대장은 소장에서 시작해 항문까지 총길이가 대략 1.5m에 달하며 결장과 직장으로 나뉩니다. 대장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구분하고요. 부위별 발생률을 살펴보면 맹장과 상행결장에서 25%, 횡행결장 15%, 하행결장 5%, S결장 25%, 직장-S 결장 접합부 10%, 직장 20%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 대장암은 대장의 정상 점막이 점진적, 반복적 자극을 받아 유전적, 후생적 변이를 일으켜 발생하는 악성종양(선암)을 의미합니다.”
유춘근 교수는 대장암의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기는 힘들다고 설명한다. 몇몇 유전적인 증후군과 대장암의 관계가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평소 생활 습관과 환경적 요소가 주된 원인으로 생각된다. “흔히 거론하는 대장암 위험 요소로는 50세 이상의 나이, 남성, 대장암 가족력,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적 증후군(가족성 용종증,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 있습니다. 또 흡연이나 음주, 비만, 염증성 장 질환, 저섬유·고지방 식이, 붉은 육류 섭취 등이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에는 식생활이 대장암 발병과 연관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으므로, 대장암 예방만을 목적으로 과도하게 식습관을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장암으로 진단되면 진행 및 전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CT, MRI, 초음파,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등을 시행한다. CT는 비록 림프절 전이나 종양 침범 깊이를 평가하기에는 제한적이지만 대장암의 대장벽 밖으로의 침습이나 인접 장기로의 침범, 타 장기로의 원격전이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MRI는 주로 직장암 임상 병기 평가에 유용하며, 간 병변의 감별 진단을 위해 사용한다. 복부 초음파는 CT 검사 결과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경직장 초음파는 직장암의 침습 깊이와 직장 주변 림프절 침범 여부를 파악하는 데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은 포도당에 양전자방출물질을 부착시켜 정맥 주사한 후 표지물질로부터 방출되는 감마선이 밝게 발광하게 하여 암세포를 발견하게 하는 검사법이다.
하지만 정확한 종양 위치 파악이 어렵고 종양과 염증을 구별하기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어, 최근에는 PET 검사 시 CT 검사도 동시에 시행하는 PET-CT를 주로 시행한다. PET-CT는 CT와 MRI 검사를 보완하여 다발성 원격전이 발견과 대장암의 재발암 발견에 도움이 되며 경우에 따라 수술 전 동시성 암의 발견 및 절제할 대장암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병기에 따라 달라지는 대장암 생존율
진단에 따라 대장암 0~1기에 해당한다면 완치가 가능하다. 2기는 5년 생존율이 80%가량, 3기는 60~70%, 4기에는 대장암과 전이암의 근치적 절제가 가능하다면 30에서 40%의 생존율을 보인다. 그러나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대장암 4기는 생존율이 5%로 떨어지므로 암이 진행되기 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져야 완치 가능성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대장암 환자 대부분 증상이 없고, 증상이 있더라도 흔하게 발생하는 소화기 증상과 구별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대장암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50대부터는 증상이 없더라도 국가에서 시행하는 정기적 대장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때 될 수 있으면 분변잠혈검사보다 검사와 동시에 확진이 가능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추천한다. 90% 이상의 대장암이 대장 용종(선종)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용종은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적절한 시기에 대장내시경을 시행하여 용종을 확인하면 암이 되기 전 제거할 수 있다. “다수의 대장암 환자가 무증상이지만 발병 시 나타날 수 있는 흔한 증상으로 변비와 설사, 가늘어지는 변 굵기 등 배변습관의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또 항문 출혈이나 통증, 점액선 분비물, 배변 후 남는 불쾌한 동통, 복부 통증, 이유 없는 체중 감소와 피로감, 빈혈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대장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 나타나고 50대 이후 연령에 비례해 발병이 증가하기 때문에 45세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대장암 선별 검사를 받길 권합니다.”
대장암 환자의 10~15%는 가족력과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춘근 교수는 이중 명확하게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대장암은 5% 정도이며, 대표적인 질환으로 가족성 용종증과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성 용종증(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 FAP)으로 인한 대장암은 전체 대장암 발생의 1% 정도에 해당하며, 조기에 대장 절제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25세부터 암 발생이 증가해 거의 대부분 암으로 진행된다.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Hereditary Nonpolyposis Colorectal Cancer, HNPCC)은 특징적으로 주로 40대에 암이 발생하며 전체 대장암 중 약 2~5% 정도를 차지한다. 관련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대장암에 걸릴 확률은 최대 80%에 달하며 이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암으로는 자궁내막암, 소장암, 요관암, 신우암 등이 있다. “유전성 대장암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본인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의 암 발병에 대해 적절한 검진을 시행하여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환자의 가족력을 바탕으로 한 가계도 분석은 기본입니다. 두 세대에 걸쳐서 대장암이 발생했거나, 가족 중 50세 이하에 암이 발생한 경우, 대장내시경에서 10개 이상 다수의 용종이 발견되었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며,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패널 검사가 유전자 변이 유무 및 유전성 암 여부를 판별하는데 도움됩니다. 일반적으로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대장암 발병률이 2배 이상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해당 환자가 진단받은 연령보다 10년 정도 전에 대장암 검사를 받길 권합니다.” 이 밖에 궤양성 장염과 크론병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 질환 역시 대장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 특히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암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은 후 10년이 지나면 대장암 발생률이 2%, 30년이 지나면 발생률이 18%로 증가한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조기 발견으로 예방
“적절한 운동은 대장암 위험도를 최대 40%까지 감소시킨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적절한 체중 관리는 다른 요인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암 위험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대장암 위험도를 높이며, 대장암 예방을 위한 최상의 식이 요법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붉은 육류 및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고섬유질 식단을 유지하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또 아직 논란은 있지만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리 알고 예방하는 것만큼 좋은 치료 방법이 있을까? 꾸준한 건강검진으로 몸과 마음을 두루 살피는 일이 백세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