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통의 놀라운 신호…왼팔 아프면 심장, 옆구리 통증땐 콩팥

근육통이 알려주는 질병

근육에서 느껴지는 통증인 근육통은 흔하게 나타나는 신체 증상 중 하나다. 감기에 걸렸거나 오랜만에 몸을 쓰면서 운동을 하면 온몸이 뻐근하면서 근육통이 생긴다. 병적 변화 없이 생기는 근육통이라면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자연히 낫는다. 그런데 몸이 늘어지듯 피곤하면서 특정 부위 근육통이 반복된다면 질병을 알리는 전조 증상일 수 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방치하면 내부 장기가 손상된다. 이때는 근육통을 유발하는 원인 질병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신체 이상을 알려주는 근육통과 동반 증상,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근육통은 심장·간·콩팥·폐 등 몸속 깊은 곳에 위치한 내장 기관의 이상을 알리는 단서다. 근육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해당 장기가 있는 부위뿐 아니라 뇌의 감각 중추에서 각각의 내장과 연결된 신체의 다른 부위 피부에 투사됐을 때도 아픔을 느낀다. 바로 연관통(Referred Pain)이다. 통증을 인식하는 뇌는 외부 자극에 둔감한 내장보다 민감한 근육·피부에 더 기민하게 반응한다. 문동언 마취통증의학과의원 문동언 원장(전 대한통증학회 회장)은 “결과적으로 통증의 원인은 내장에서 비롯됐지만 신체 표면이 아픈 근육통의 형태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어느 부위가 어떻게 아픈지에 따라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왜 아픈지 원인을 찾지 못하면 단순히 진통제만 복용하다가 극심한 통증으로 자세가 나빠져 근골격계의 퇴행성 변화를 촉발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다.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만성적인 근육통으로 일상이 불편하다면 그 부위와 연관된 내장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만성 통증으로 병변이 더 넓어지고 치료가 까다로워진다. 다만 근육의 통증만으로는 정확한 감별이 어려울 수 있어 어떤 증상을 동반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뇌는 장기 통증을 근육통으로 인식

왼쪽 팔 근육통은 심장 이상을 알리는 신호다. 왼쪽 가슴에 위치한 심장은 왼쪽 팔 신경의 근육·피부와 연결돼 있다. 심장과 연결된 혈관이 막히면서 생기는 협심증·심근경색 등이 진행되면 왼쪽 팔부터 아프기 시작한다. 왼쪽 턱이나 왼쪽 손가락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장이 있는 가슴 통증은 병이 좀 더 진행해야 뇌에서 비로소 인식한다. 통증의 강도는 무언가 압박해 쥐어짜듯 욱신거리듯이 아픈 것부터 찌르는 듯 예리한 통증까지 다양하다. 온몸으로 혈액을 뿜어내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지면 혈액과 함께 운반하는 산소 공급량이 줄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몰아쉬는 호흡곤란 증상을 동반한다. 또 전신 혈액순환이 불량해지면서 부종으로 다리·발목이 잘 붓는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는“다친 적이 없는데 왼쪽 팔 통증이 반복되고 숨을 몰아서 쉰다면 심장 기능을 점검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심장병을 발견·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 어깨 윗부분이나 명치 통증이 있다면 간 질환을 의심한다. 간 바로 아래 붙어 있는 담낭에 담석이 생겼을 때도 간이 있는 오른쪽 배보다 오른쪽 어깨 뒤쪽에 연관통이 생긴다. 횡격막 오른쪽 아래 위치한 간은 횡격신경의 주형 경로와 겹치는 구간에 주로 통증이 나타난다. 간 질환으로 간이 비대해지면 감기몸살에 걸렸을 때처럼 온몸의 근육이 으슬으슬 아픈 근육통을 겪는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원혁 교수는 “간염 등으로 간에 병적인 문제가 생기면 근육통과 함께 황달로 소변·대변의 색이 누렇게 짙어지고 피부가 노래진다”고 말했다. 또 간 기능 저하로 소화 효소가 잘 분비되지 않아 속이 더부룩하면서 복부 팽만감을 동반한다. 간 질환은 조금씩 세력을 넓혀가면서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한다. 특히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B·C형 간염은 만성적인 염증 반응으로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간경화·간암 등으로 악화한다. 근육통이 없더라도 만 40세 이상이면 건강검진을 통해 B·C형 간염 검사를 받는다. 간 질환 고위험군이라면 6개월마다 간 초음파 등으로 간 기능을 점검해 대비한다.

근육통 지속될 땐 동반 증상도 살펴야

체내 쌓인 노폐물을 거르는 콩팥(신장)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연관통으로 등 뒤쪽 허리인 옆구리 통증이 심하다. 경우에 따라 양 허벅지 바깥쪽이나 안쪽을 따라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흔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면 콩팥·방광·요로 등 비뇨기계 이상보다는 디스크 같은 척추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다. 맨 아래 갈비뼈와 척추가 만나는 부위인 등쪽 늑골을 가볍게 쳤을 때 움찔할 정도로 허리 통증이 심하다면 급성 신우신염, 급성 신장염 등 비뇨기계 이상을, 허리 아래 다리가 저리면서 퍼지듯 허리 통증이 있다면 디스크를 의심한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최태수 교수는 “전에 없던 허리 근육통이 갑자기 생기면서 배뇨통·빈뇨·절박뇨 등 비뇨기 증상을 동반하면 소변 검사로 사구체여과율 등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콩팥도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콩팥의 여과 기능이 약해지면 비가역적 손상으로 회복이 어렵다.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주는 콩팥의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지면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결국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으면서 콩팥 기능을 대체해야 한다. 또 혈중 인 수치가 높아져 칼슘을 흡수하지 못해 뼈가 약해지면서 골다공증이 생기기 쉽다.

몸통과 가까운 팔다리가 쥐어짜듯 아프고 근력이 떨어지면서 걸을 때 근육 통증이 심한 운동 유발성 근육통이라면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갑상샘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갑상샘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있는 사람 3명 중 2명은 근육이 단단하게 뭉치면서 유발하는 통증과 함께 손발이나 근육이 부들부들 떨리는 근육 경련, 쥐가 난 것처럼 근육이 단단하게 굳는 근육 마비, 근육이 쇠퇴하는 근무력감이 생긴다. 근력이 약해져 계단을 오르거나 오래 걷는 것을 힘들어하고, 길을 걷다가 자주 넘어지는 식이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는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갑상샘 호르몬 균형이 깨진 상태가 지속하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추위나 더위에 예민해지고 체중이 늘고 불안·초조·무기력 등 감정 변화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위장관 연동 운동도 저하돼 소화가 잘 안 되고 설사·변비를 동반한다. 다행히 호르몬 조절 요법 등으로 갑상샘 호르몬 균형을 회복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이외에도 식도에 문제가 있을 땐 왼쪽 어깨 앞부분이, 위·십이지장 염증이 생겼을 때는 명치도 아프지만 척추 왼쪽에서 먼저 통증이 나타난다. 췌장에 염증이 생겼을 땐 오른쪽 날개뼈 아래와 허리 중간 부분이 아프다. 맹장염이 생겼을 때도 맹장이 있는 복부 오른쪽 밑부분이 아닌 배꼽 주변부가 슬슬 아프다. 단순 복통으로 생각해 방치하다 복막염으로 진행돼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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