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게으르고 무기력하다면? 전두엽 활성화 시키기

익숙한 생각과 느낌 그리고 반복. 언제부턴가 우리의 사고와 느낌은 낯선 것보다는 익숙한 것이 반복되는 순환의 고리 속에 갇혀 버린 것만 같습니다. 무언가 새로움을 찾고 싶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 모습이나 생활이 아주 불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므로, 이내 태세를 전환해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라며 다시 현실에 안주합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며 자기최면을 걸면서 말이지요. 그러다가 어느새 또 슬그머니 이런 내면의 외침이 들려옵니다. ‘지겹다, 지겨워! 지금 나에게는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사람들은 이처럼 자기 자신은 물론, 반복되는 생각이나 느낌, 행동과 일상의 습관에 대해 때로 무료함을 느끼며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왜 변화는 이토록 어려운 걸까요?

여러분은 우리 뇌의 앞쪽에 자리 잡고 있는 전두엽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전두엽은 흔히 운동 중추와 운동·언어 중추 등이 있고, 사고와 판단 같은 고도의 정신 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달한 뇌인 전두엽은 ‘진화를 통한 놀라운 선물’로 불릴 만큼 인간 신경계에서 제일 진화한 부위로, 중앙통제기관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전두엽은 주변의 쓸모없는 자극을 걸러 내서 주의를 집중하도록 돕고, 우리의 지각중추가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를 연결하게도 합니다.

1848년, 미국 버몬트주의 한 철도회사에서 일했던 피니어스 게이지는Phineas Gage는 철도 공사 중에 폭파 사고로 인해 전두엽이 손상되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습니다. 그는 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현장주임으로서 뛰어난 리더십과 존경받는 성품을 지닌 인물로 평가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끔찍한 폭발 사고에서 살아남은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라 할 만했는데요, 의사들은 그가 큰 사고를 당하고 나서도 별다른 합병증 없이 치료되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다행히 게이지는 기억력이나 신체적 건강상에 있어서도 뚜렷한 이상을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얼마 후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를 진료했던 존 할로우John Harlow 박사는 게이지가 지적 능력과 본능적 성향 사이의 균형을 잃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때 예의 바르고 배려심 많던 게이지는 사고 후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전에는 절대로 하지 않던 불경스러운 언행도 일삼았죠. 결국 그는 완전히 변해 버린 성격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되는 불운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약 160년이 지나고 나서 그의 성격 변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뇌 부위가 어딘지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오와 대학의 신경과 교수인 한나 다마지오Hanna Damasio 박사는 게이지가 양쪽 전전두피질 모두에 손상을 입었다는 것을 마침내 알아냈던 겁니다.

게이지의 폭파 사건은 과학자들에게 뇌 안의 ‘자아’를 탐색하는 부분, 즉 전두엽에 관한 연구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임상적 관찰과 연구 결과, 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게으르고 무기력하며 감흥이 없는 경향이 있다.
  • 단조롭고 일상적인 것을 좋아한다.
  •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 새로운 사태에 대한 학습이 어렵다. 학습 결과나 행동을 수정해서 다른 성과를 낼 수 없다.
  • 일상적인 세계가 방해를 받으면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경향이 있다.
  • 계획을 세워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사실 전두엽의 손상이 감각기능이나 운동기능, 기억력이나 감정중추의 기본적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두엽이 손상되면 다른 뇌 부위를 이끌어 종합하고 조종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두엽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몸의 감정과 느낌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와 마음의 관계에 관해 주목할 만한 연구 하나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오랫동안 명상을 해 온 스님들에게 ‘자비심’과 ‘무조건적인 사랑’ 같은 특정한 마음 상태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그들의 뇌파를 정교하게 측정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256개의 센서를 부착했습니다. 그 결과, 한 가지 생각에 몰입하는 동안 실험군이었던 스님들의 뇌파에서 어떤 패턴이 발견됐습니다. 오랫동안 명상을 해 왔던 스님들의 경우, 전두엽과 뇌 전체에서 고차원적인 정신활동을 할 때 나타나는 뇌파가 관찰되었던 것입니다. 이들의 전두엽 활동은 대조군에 비해 극적으로 상승했고, 가장 오랜 시간 명상을 했던 스님에게서는 연구자들이 봐 왔던 것 중 가장 높은 수치의 감마파가 관찰됐다고 합니다. 여기서 감마파란, 뇌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질 때 나타나는 뇌파의 일종을 말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로 뇌의 활동을 바꿀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실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뇌과학과 신경심리학 분야에서는 뇌가 생각을 처리하는 도구이고, 마음이 그 최종적인 산물이라고 보는 견해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정말 마음이 뇌가 생각을 처리한 최종 산물이라면, 우리의 뇌나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문득 의문이 듭니다.

마음으로는 마음을 바꿀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마음은 뇌가 만들어 낸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또 마음은 뇌를 바꿀 수 없습니다. 마음은 뇌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뇌도 마음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뇌는 마음을 만들어 내는 기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뇌도 뇌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고정된 뇌와 기계적으로 산출되는 마음의 움직임에 나를 맡긴 채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여기서 오랫동안 명상을 훈련해 온 스님들을 상대로 한 실험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스님들은 오랜 시간 정신수련을 통해 뇌의 활동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즉, 뇌와 마음이 훈련을 통해 발전되었던 것이지요. 이때 뇌와 마음을 변화시켰던 것은 바로 ‘의식(consciousness)’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식은 생각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그 생각이 일어나는 과정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만약, 인간에게 의식이 없다면 뇌는 생명활동, 즉 자의식도 가질 수도 없게 됩니다. 즉, 의식이 뇌를 촉진해서 생명활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마음도 존재할 수 없다는 원리입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무의식적 혹은 자동적인 뇌의 활동에 지배당하지 않고, 뇌의 작동을 바꿔 새로운 마음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다시, 전두엽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두엽은 우리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하는 결정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뇌에서 전두엽이 차지하는 비율이 30~40%라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고양이의 경우 3.5%, 개의 경우는 7%이며, 침팬지나 원숭이처럼 동물들 중 전두엽 비율이 가장 높은 경우도 약 17%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 뇌의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전두엽인 것입니다.

이러한 전두엽은 놀랍도록 많은 과제를 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몰입하는 능력, 충동 조절 기능 등이 모두 전두엽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단연 어떤 행동을 결정하거나 통제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의지 실현’의 목적을 이루고자 할 때도 전두엽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간이 생물학적 충동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을 우리는 ‘자유의지’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이나 이미 형성된 신경망에 근거해서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사고나 감정, 일상적인 습관을 이행하는 데는 그 어떠한 의지의 실현이나 자유의지가 개입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종래 해 오던 기억의 범위 밖(상자 밖)에서 생각하고 선택하며 실행하게 될 때, 전두엽은 활발히 활동하면서 상태가 고조된다는 것이 여러 실험을 통해 이미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익숙하고 일상적인 것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데는 전두엽의 활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일련의 선택과 행동들은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뇌에 아로새겨진 신경망이 자동적으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겁니다. 이런 패턴이 반복될 때 변화는 저 멀리 물 건너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정말로 상자 밖으로 나와 변화하고 싶다면, 이제는 잠자고 있는 전두엽을 깨워 변화를 위한 동력을 공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