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상선은 목 앞쪽 중앙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으로,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합니다.
갑상선 종양은 일반 성인을 무작위로 검사하면 20-40%에서 발견될 만큼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다행히 갑상선 종양의 약 95%는 단순 혹입니다. 이러한 양성 종양은 암으로 변하지 않으므로 반드시 수술할 필요는 없으며, 대부분 주기적 검진으로 경과를 지켜봅니다. 그러나 양성이더라도 종양이 4cm 이상으로 커서 기도나 식도를 압박해 호흡곤란, 연하 곤란 등 일상에 불편을 야기한다거나 미용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에는 수술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암 덩어리가 상당히 커져서 기도나 성대신경 등 주변을 침범하는 3-4기가 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납니다. 다행히 초음파검사만으로도 갑상선 종양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조기 진단이 쉬운 편입니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갑상선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목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등 증상이 나타난 뒤에 발견하는 사례도 드물게 있습니다.
갑상선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확실하게 입증된 것은 방사능의 영향입니다. 실제로 과거 구소련의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되었던 이들에서 갑상선암 발병률이 크게 늘어난 바 있습니다. 또 소아암 등으로 인해 어렸을 때 목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갑상선암 발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 외에 김,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를 많이 먹는 식습관이 갑상선 유두암의 발병률과 연관 있는 것으로 추측되며, 전체 갑상선암 환자의 5-6%는 갑상선암이 잘발생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갑상선암 환자는 80-90%가 여성으로 남성에 비해 훨씬 많은데, 여성호르몬이 갑상선 종양을 자라게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은 대부분 예후가 좋은 유두암이므로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후가 나쁜 암도 있기 때문에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는 이야기만 믿고 수술을 무작정 미뤄서는 안 됩니다.
갑상선암은 암세포의 종류와 분화도에 따라 분화암, 수질암, 미분화암으로 나뉘고, 분화암은 또다시 유두암과 여포암으로 분류합니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고 치료도 잘되기 때문에 흔히 착한 암, 거북이 암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약 95%를 차지하는 유두암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갑상선 유두암은 대부분 수술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며, 수술 범위는 암의 진행 정도와 위치에 따라 갑상선의 반절제와 전절제로 달라집니다.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갑상선 주변 림프절을 제거하는 림프절 청소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암이 많이 진행되어 원격 전이가 있거나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일부 환자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동위원소 치료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 있는 요오드를 섭취하는 치료로, 갑상선이 요오드를 흡착하는 특징을 활용해 미세한 암세포를 제거하는 원리입니다. 이러한 표준치료를 받을 경우 갑상선 분화암의 5년 생존율은 90%를 넘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약 3%를 차지하는 여포암은 유두암에 비해 공격적인 예후를 보이기 때문에 여포암이 의심된다면 좀 더 적극적인 수술치료가 필요합니다. 유두암이 주로 목 주변의 림프절에 전이되는 반면, 여포암은 혈액을 타고 폐, 간, 뇌 등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유두암에 비해 생존율이 5-10% 떨어지는 편입니다.
문제는 유두암은 가느다란 바늘로 종양 안의 세포를 채취하는 세침흡인검사로 암진단이 가능하지만, 여포암은 세침흡인검사로 진단이 불가능하고 여포성 종양이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포암 확진을 위해서는 수술로 종양을 적출한 다음 종양 전체를 얇게 저며서 현미경으로 종양의 피막, 혈관 침범 등을 모두 관찰해야 합니다.여포암으로 확진되는 경우는 전체 여포성 종양의 30% 수준이지만, 원격 전이가 잘 되는 공격적 특징 때문에 세침흡인검사에서 여포성 종양으로 진단되면 확진 및 치료 목적으로갑상선절제를 시행합니다.


수질암은 갑상선의 C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1-2% 정도로 꽤 드문 편입니다. 그러나 갑상선 분화 암과 암의 기원이 달라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잘 듣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질암의 가장 큰 위험성은 수술하고 5년, 10년이 지난 뒤에도 재발할 수 있는 데다가 재발하면 간이나 폐 등 다른 장기의 전이가 동반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수질암은 평균 10년 생존율이 70% 수준으로 다른 갑상선암에 비해 훨씬 낮은 편입니다. 암은 병기가 진행될수록 재발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진단 즉시 곧바로 갑상선 전절제를 시행해 재발가능성을 최대한 낮춰야 합니다. 그리고 꾸준한 정기검진으로 재발 여부를 관찰해야 합니다.
일부 수질암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합니다. 따라서 유전성 수질암으로 확진 받았다면 직계가족들도 유전자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소아에서 악성도가 높은 부위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것이 확인되면 예방적 갑상선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치료 원칙입니다.


여포암이나 유두암 등 분화암을 치료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분화도가 떨어지면서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바뀌는 경우가 아주 드문 비율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분화 갑상선암은 종양이 갑자기 커지면서 주변 기관을 침범하고, 수술해도 곧바로 재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항암제로는 잘 치료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진단 6개월 안에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미분화 갑상선암은 인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 가운데 악성도가 가장 높은 암으로, 주로 20-40대의 여성 환자가 많은 다른 갑상선암과 달리 고령에서 발생 가능성이 더 높은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