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합병증의 무서운 현실

얼마 전 내원하신 환자분은 이가 너무 아프고, 턱도 아프고, 눈까지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오랫동안 당뇨를 앓고 계셨던 분이었는데요. 당뇨로 인해 식이요법을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실천이 어려우시다며 힘들어하셨습니다. 그래서 안과 진료를 권했습니다. 왜냐하면 혈당 관리가 안 될 경우 가장 무서운 합병증 중 하나가 ‘당뇨망막증’이기 때문입니다.
눈 속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면서 출혈이 생기거나, 눈이 터질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안압이 오르기도 합니다.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반드시 조심해야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분의 안압은 50 이상이었습니다. (정상 안압은 20 미만이며, 40이 넘으면 구토하거나 참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이 생깁니다) 너무 아파서 본인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 참다 보니, 결국 어금니가 닳고 치아 통증까지 생긴 것이지요.
당뇨는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혈당조절이 되지 않으면 신장이 망가지고, 심혈관 질환, 뇌졸중, 안질환, 말초 신경 손상 등 전신에 영향을 주는 무서운 합병증으로 이어집니다. 왜냐하면, 당뇨로 제일 먼저 손상되는 것이 바로 혈관, 그 중에서도 특히 말초 혈관이기 때문입니다. 상처가 나도 잘 아물지 않고, 손이나 발에 괴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높은 혈당은 암세포 성장에도 유리한 조건이 되며, 특히 췌장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 혈당 스파이크의 위험성 |
| ‘스파이크’는 그래프에서 급격히 상승했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모양을 뜻합니다. 즉, 식사 후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바로 혈당 스파이크입니다. 이 혈당 스파이크는 췌장에 엄청난 부담을 줍니다. 혈당이 급등하면 인슐린 분비를 위해 췌장이 갑작스럽게 과도한 작동을 하게 되고,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췌장 기능이 망가지게 됩니다. |
혈당 관리에 좋은 음식, ‘양배추’

혈당을 조용히, 꾸준히, 건강하게 다스리는 식재료 하나를 추천드리자면, 바로 양배추입니다. 양배추는 위 건강에 좋은 식재료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제2형 당뇨병이나 혈당 변동이 큰 분들에게도 아주 유익합니다. 혈당 스파이크를 완화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인데요. 특히, 식전에 양배추를 먹으면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일본 최초의 비만 전문의로 알려진 요시다 도시히데 교수가 독자적으로 고안한 다이어트법도 바로 ‘식전 양배추 먹기’였습니다.
| 식전 양배추 먹기 |
| 1. 식전 생양배추 먹기2. 반드시 단백질 섭취하기3. 밥은 가볍게 한 공기 먹기4. 간식은 주먹 크기의 과일을 하루 2개 정도 먹기 |
위 4가지만 실천하면 됩니다. 식사 전에 양배추를 먹기만 해도 고기, 생선, 밥 모두 골고루 먹을 수 있는데요. 임상결과에서는 환자의 90% 이상이 체중 감량에 성공했고, 혈당 수치도 낮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처음 10분 동안 생채소를 섭취하면 포만중추가 자극되어 공복감이 어느 정도 해소됩니다. 게다가 양배추에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아밀레이스)가 다른 채소보다 풍부하기 때문에 탄수화물과 함께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습니다. 위가 약한 분이라면 양배추에 풍부한 비타민U, 비타민K 성분이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췌장건강이 혈당조절의 핵심!

양배추가 췌장을 살릴 수 있는데요. 혈당 수치도 중요하지만,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하는 사령탑이 바로 췌장입니다. 만약 없던 당뇨가 갑자기 생기거나, 또는 당뇨를 앓고 있던 분이 평소 혈당 관리는 잘 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인슐린을 맞아야 할 정도로 혈당이 급격히 상승한다면, 반드시 췌장의 이상 여부를 점검해보셔야 합니다.
췌장은 단순히 담즙뿐 아니라 인슐린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얼마 전 한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췌장이 서양인보다 평균적으로 12% 작다고 보도되었는데요. 이 때문에 많은 당뇨인들이 “왜 한국인은 췌장이 작아서 고생해야 하냐”며 우스갯소리로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 갑작스러운 혈당 변화는 췌장의 이상신호일 수 있다! |
| 췌장암이 생기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가 저하되고, 인슐린 민감성도 떨어져 혈당 조절이 더 이상 제대로 되지 않게 됩니다. 즉, 갑작스럽게 당뇨병이 생기거나, 혈당이 급속히 악화되는 경우, 이는 췌장암 발생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최근 유럽암기구 등 주요 학술대회에서는 “당뇨병이 췌장암 발생의 유효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라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췌장암은 흔히 ‘침묵의 암’으로 불립니다. 복부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서 검사로 발견하기 어렵고,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췌장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췌장염입니다. 그 중에서도 만성 췌장염은 가족력, 음주, 흡연과 함께 췌장암의 주요 발생 요인으로 꼽히며, 만성 췌장염이 있으면 췌장암 발생 위험이 무려 18배나 높아질 수 있습니다. |
췌장에 염증을 만들지 않으려면 먹는 음식이 매우 중요한데요. 췌장 세포는 글루카곤, 인슐린을 생성해서 혈액을 보내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소화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을 전신세포의 연료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췌장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섭취한 음식 종류와 그 구성성분에 따라 췌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채널H에서 췌장을 살리는 음식, 췌장에 안 좋은 음식 등등.. 식처방을 해왔는데요. 그중에서도 오늘 주제인 양배추! 양배추가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만들면 췌장이 갑자기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지 않을 수 있게 합니다. 즉, 과부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 췌장을 보호하는 ‘설포라판’ |
| 양배추 속 설포라판 성분은 항산화, 항염 효과로 췌장세포를 손상으로부터 막아줍니다. 칼로리는 낮고 포만감이 높은 양배추는 내장지방과 복부비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췌장 주변에 지방이 끼는 지방췌장증 예방에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양배추와 같은 겨자과 채소(양배추, 브로콜리, 케일)의 성분인 ‘페네틸 아이소티오사이어네이트(PEITC)’가 암 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작용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어요. |
이외에도 양배추에 풍부한 루테올린, 플라보노이드도 췌장암 세포의 형성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췌장을 살리는 양배추 먹는법

양배추를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사하기 한 10~30분 전에 양배추를 약 70~100g 정도 먹는 것입니다. 채 썬 양배추 한 줌 정도 되는데요. 생으로 잘게 썰어서 먹는 것이 효과는 가장 좋지만 위장이 약하다면 아주 살짝 데치거나 찐 형태로 먹어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