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검사’는 누구에게 필요할까?
건강 검진 목적의 검사 종류 & 특징

건강 검진이 보편화 되면서 1~2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혈압, 키‧몸무게와 같은 신체 측정, 혈액 검사를 비롯해서 △시력 △청력 △흉부 X선 등의 기본 검진에 개인에게 필요한 검사를 추가합니다.

내시경이 될 수도 있고,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럼 ‘혈관 검사’는 받은 적이 있나요?

혈관은 전신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의 이동 통로입니다. 신체 내부에서 뻗어 있어서 혈관 변화를 외관상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이상이 생기면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중증 혈관 질환의 병리학적 시작점은 ‘죽상동맥경화증’입니다. 이는 혈관 내벽에 지질(주로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면서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죽상판(atherosclerotic plaque)이 형성됩니다. 결과적으로 혈관이 점진적으로 협착되며, 경화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을 포함한 혈관 병변은 대개 무증상으로,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합니다. 그러나 혈관 협착이 임계점에 도달하거나 죽상판 파열로 인한 혈전증이 발생하면 급성 심근경색증, 뇌졸중과 같은 중증 심뇌혈관계 사건으로 급격히 악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심뇌혈관 질환의 일차 예방과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인자를 가진 개인이나 조기 발병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이 있으면 현재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건강검진 시 혈관 기능 평가 및 영상학적 검사가 권고됩니다.

강북삼성병원 서울건진센터 강정규 교수의 자문으로 건강 검진 목적의 ‘혈관 검사’가 필요한 경우 그리고 검사 종류별 특징과 확인할 수 있는 혈관 문제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죽상동맥경화증’입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 내벽에 지질, 특히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축적돼서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혈관 내경의 협착을 초래하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동맥경화가 진행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하지 파행증) 등이 있습니다.

이 같은 혈관 질환은 생명을 위협하고, 생명을 구해도 후유증과 높은 재발 위험성 탓에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동맥경화의 주요 위험 인자는 △나이 △성별(남성)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 △알코올 △가족력 등입니다.

이 외에도 △운동 부족 △스트레스 △미세먼지 △만성 염증 △수면 장애(수면무호흡증 포함) 등 다양한 개인적‧환경적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동맥 경화를 예방하려면 이 같은 위험 요인들의 노출을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위험 인자들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평가함으로써 동맥 경화의 진행 가능성을 예측해,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을 추산할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예측을 통해서 분류한 고위험군은 좀 더 집중적인 위험 인자 교정과 약물 치료를 진행해, 심각한 심‧뇌혈관 질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가능성은 단순히 몇 가지 위험 인자의 존재 여부만으로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다양한 위험 인자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과 개인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이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일상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고등학생의 대학 입학 가능성을 예측하려면 △학습 시간 △인지 능력(IQ) △교육 환경의 질 △사회심리적 요인 △가정 환경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대학 입학 성공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모의고사 성적입니다. 모의고사 성적이 저조한 학생은 실제 시험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입학 실패 확률이 증가합니다. 따라서 낮은 모의고사 성적을 받은 학생은 학업에 더욱 매진하여 불합격 위험을 낮추려 노력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심혈관계 질환에 있어서 ‘임상적 모의고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동맥경화증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혈관 영상 검사’와 ‘혈관 기능 검사’입니다. 이러한 검사들을 통해 혈관 상태를 평가했을 때 유의미한 동맥경화증이 확인되면, 현재 임상 증상이 없더라도 근시일 내에 협심증이나 뇌졸중과 같은 중증 심혈관계 사건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상태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심혈관계 위험 인자를 가진 개인들은 정기적인 혈관 검사를 통해 현재의 혈관 건강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유의미한 동맥경화증이 확인되면, 적절한 약물 요법이나 생활습관 교정 등의 조기 개입을 통해 중증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혈관 검사, 즉 죽상동맥경화증을 발견할 수 있는 검사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동맥 경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동맥 경화로 변화된 혈관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 △동맥 경화의 주요 위험 인자를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첫째, 동맥 경화를 눈으로 확인해서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평가할 수 있는 검사는 △관상동맥 석회화 CT △경동맥 초음파가 대표적입니다.

관상동맥 석회화 CT, 즉 관상동맥 칼슘 스코어 CT(Coronary Artery Calcium Score CT)는 심근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인 관상동맥 벽에 침착된 칼슘의 양을 정량화하는 비침습적 검사법입니다. 이 검사는 조영제 주입 없이 수행되며,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혈관 벽의 칼슘화를 평가합니다.

관상동맥 석회화 CT 영상. 혈관 벽을 따라 하얗게 보이는 석회화 성분

CT 영상에서 칼슘 침착은 뼈와 유사하게 고밀도의 하얀색 병변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칼슘화 병변의 양과 밀도를 계산해서 Agatston 점수라고 부르는 ‘관상동맥 칼슘 스코어’를 산출합니다. 이 점수가 높을수록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된 것을 의미하며, 관상동맥질환의 중증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관상동맥 칼슘 스코어는 단순히 관상동맥질환 위험도 평가에 그치지 않고, 더 광범위한 심혈관계 위험을 예측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칼슘 스코어가 높을수록 △안정형 및 불안정형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증 △허혈성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전체 사망률까지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상동맥 석회화 점수에 따라 순차적으로 증가하는 심혈관 및 비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출처: European Heart Journal – Cardiovascular Imaging, Volume 24, Issue 1, January 2023, Pages 17–24, https://doi.org/10.1093/ehjci/jeac184:

‘경동맥 초음파’는 목 부위의 주요 혈관인 경동맥과 척추동맥의 상태를 살펴보는 비침습적이고 간편한 검사입니다. 이 검사는 CT와 달리 방사선 노출 없이 초음파를 이용해 혈관 벽의 변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습니다.

경동맥 초음파 영상. 노란색 점선 부위가 동맥 경화반으로, 내강으로 뻗어 좁아진 혈관

경동맥은 피부 표면에서 약 1cm 정도로 얕게 위치해 있어, 초음파로 아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특수한 초음파 기술(도플러)을 이용해서 혈액의 흐름 속도도 측정할 수 있어, 혈관이 좁아진 정도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동맥 초음파로 평가한 동맥 경화 정도는 뇌졸중을 예측하는데 좋은 지표가 됩니다.

둘째, 동맥 경화가 진행된 혈관의 물리적 특성을 평가하는 검사를 알아보겠습니다. 대표적인 검사로 ‘맥파 전달 속도’와 ‘발목-상완 지수 측정’이 있습니다.

먼저 ‘맥파 전달 속도’는 심장이 뿜어 낸 혈액이 △대동맥 △목 △팔‧다리의 동맥을 지나가는 속도를 말합니다.

그럼 동맥경화가 진행된 딱딱한 혈관과 말랑말랑한 정상 혈관 중 어디의 혈액 속도가 빠를까요? 같은 압력으로 혈액을 밀어내도 말랑말랑한 혈관에선 압력을 많이 받는 부위가 살짝 늘어나면서 혈관의 단위 면적이 넓어져서 속도가 느려집니다.

반면 동맥 경화가 진행해서 탄성이 낮고, 좁아진 혈관은 혈액이 빠른 속도로 흘러갑니다. 실제로 맥파 전달 속도가 빠르면 향후 심혈관 질환이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합니다.

‘발목-상완 지수’는 다리 동맥 협착증을 진단하는데 중요한 검사입니다. 정상적으로는 발목의 혈압이 어깨에서 팔꿈치까지인 상완의 혈압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다리의 동맥 경화가 많이 진행돼서 혈관이 좁아지면 발목의 혈압이 상완의 혈압 보다 낮아집니다.

발목-상완 지수는 맥파 전달 속도 검사를 시행하면서 동시에 팔‧다리 혈압을 측정하면 계산할 수 있습니다. 발목 혈압이 상완 혈압의 90% 이하일 때 다리 동맥 협착증을 의심합니다.

혈관의 물리적 특성 평가하는 검사
① 맥파 전달 속도 검사② 발목-상완 지수 검사
심장이 뿜어 낸 혈액이
동맥을 지나가는 속도 확인
다리 동맥 협착증을 진단하는데
중요한 방법
동맥 경화가 진행한 혈관은
혈액이 빠른 속도로 흘러
발목 혈압이 상완의 90% 이하일 때
협착증 의심

마지막으로, 동맥경화의 직접적인 위험 인자를 측정하는 다양한 검사들이 있습니다. 이 검사들은 직접적으로 혈관 영상을 보거나 기능을 측정하지는 않지만, 동맥경화 발생 위험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검사들은 크게 ‘신체 검사’와 ‘혈액 검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 신체 검사

-혈압 측정: 고혈압은 동맥경화의 주요 위험 인자입니다. 정기적인 혈압 체크로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체질량지수(BMI) 및 허리둘레 측정: 비만, 특히 복부 비만은 동맥경화 위험을 높입니다.
-자율신경계 검사: 스트레스와 같은 주관적인 위험 인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② 혈액 검사

-혈당 검사: 공복 혈당, 당화혈색소(HbA1c) 검사를 통해 당뇨병을 진단하고 관리합니다. 당뇨병은 동맥경화의 주요 위험 인자입니다.
-지질 프로필 검사: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측정합니다. 이상지질혈증은 동맥경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신장 기능 검사: 혈중 크레아티닌, 요산, eGFR(추정 사구체 여과율) 등을 측정합니다. 만성 콩팥병은 동맥경화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염증 지표 검사: 고감도 C-반응성 단백(hs-CRP)과 같은 염증 지표를 측정합니다. 만성적인 염증은 동맥경화 진행과 관련이 있습니다.

③ 기타 검사

-심전도 검사: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해서 관상동맥질환의 징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운동 부하 검사: 운동 중 심전도 변화와 증상을 관찰해서 관상동맥질환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