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단짠’ 먹다간…초가공 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어제 저녁 뭘 드셨나요? 누군가는 회사 앞 식당에서 회식을 하고, 누군가는 또 집에서 밥을 지어먹었을 겁니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햄버거로 간단하게 한 끼 때우고 공부한 학생도 있을 거고, 인터넷으로 구매해 배송받은 밀키트로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은 가족도 있겠죠. 

이 중 가장 건강한 한 끼는 누구의 식사였을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집밥을 꼽겠지만, 반드시 그러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건강한 한 끼를 좌우하는 건 ‘뭘 먹었느냐’지, ‘어디에서 먹었느냐’는 아닌 세상이 되었으니까요.

아주 극단적이지만 비교하기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집에서 흰쌀밥과 함께 햄을 굽고 냉동식품을 튀겨 반찬으로 먹으며, 콜라를 곁들였다면? 식사 후엔 디저트로 달디 단 애플파이를 먹었다면? 회식 자리에서 술은 마시지 않고 돼지고기 수육에 쌈을 넉넉히 싸 먹은 뒤 후식으로 과일을 먹었다면 오히려 회식 메뉴가 더 건강한 식사일 수도 있습니다.

두 메뉴의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느낌이 오나요? 자연 상태의 식품을 어느 정도로 ‘가공’했는지, 얼마나 복잡한 단계를 거쳐 조리했는지의 차이입니다.

문제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위의 두 사례처럼 선명하게 비교되지 않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겁니다. 집 안팎에서 식탁의 상당 부분을 가공 식품이 차지한 세상. 가공 식품을 마냥 피할 수는 없으니, 그중에서도 뭘 덜 먹어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공 식품과 초가공 식품의 차이점

가공 식품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소비자태도조사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가공 식품을 매일 구매한다는 사람은 1.5%, 주 2~3회 구입한다는 사람은 23.7%, 주 1회 구매하는 사람은 전체의 43.2%를 차지했습니다. 10명 중 7명 정도는 매주 한 번 이상 가공 식품을 산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2,30년 전쯤 꽤 많이 썼던 ‘가공 식품’이라는 말 요즘 잘 안 씁니다. 가공 식품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용어, 예컨대 인스턴트, 레토르트 식품, 정크 푸드, 간편식 같은 단어가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식탁에서 가공 식품이 아닌 식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식생활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공 식품이란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뉘앙스도 한몫했을 겁니다. 그러나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가공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가공됐다는 이유만으로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설탕이나 지방, 소금이 많이 든 고열량 가공 식품에 대한 과한 의존이 집 밥이나 신선한 채소 및 과일 소비를 대체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FAO는 지적합니다. 가공 식품도 가공 식품 나름이라는 건데, 그럼 어떤 가공 식품을 더 먹고, 덜 먹어야 할까요.

이런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ultra-processed foods(UPFs), 즉 ‘초가공 식품’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가공 식품’이라는 용어는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Monteiro 교수의 논문에 등장했습니다.

이후 이 교수가 소속된 연구팀이 개발한 ‘NOVA’라는 브라질의 식품 분류 체계의 핵심 키워드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FAO에 따르면 NOVA는 과학 문헌에서 가장 많이 적용된 식품 분류 시스템입니다. FAO/WHO 같은 국제기구가 인정하고 사용을 권고한 NOVA에 따르면 식품은 아래와 같이 네 가지 그룹으로 나뉩니다.

그룹 3과 그룹 4를 어떻게 구분하는지가 관건인데, 그룹 3 ‘가공 식품’은 소금에 절여져 통조림이나 병에 담긴 채소 및 콩류, 과일 절임, 생선 통조림, 햄, 베이컨, 훈제 생선, 갓 구운 빵, 치즈 등입니다. 대부분의 가공 식품에는 맛을 더하거나, 저장 기간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탕, 소금, 기름이나 다른 물질이 들어가는데 첨가 성분이 2~3개 정도 됩니다.

가공 식품은 지나치게 많은 설탕이나 소금, 기름이 첨가되지만 않는다면 미가공 또는 최소 가공된 식품 본연의 정체성과 성분을 대부분 유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초가공 식품의 경우,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치고, 훨씬 더 많은 첨가제가 들어가 성분 표시가 상당히 길고 복잡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요리에 사용되지 않는 과일 주스 농축액이나 고과당 옥수수 시럽, 유청 단백질 같은 성분은 물론, 방부제나 전분, 색소, 향료 등의 물질이 첨가될 수 있습니다.

FAO 보고서에 따르면 좋은 냄새나 맛을 위해 첨가되는 성분도 있고, 포장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불쾌한 풍미나 색상을 감추기 위해 들어가는 성분도 있습니다. 탄산음료, 달거나 짠 스낵, 사탕, 대량 생산돼 포장된 빵, 쿠키, 케이크, 마가린, 과일 요구르트, 핫도그나 햄버거, 냉동 너겟 등등등! 초가공 식품의 긴 목록에는 익숙한 식품이 많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드립니다. 아침에 건강을 위해 먹는 시리얼은 과연 어디에 속할까요? 그룹 1과 3, 4 중 어느 군에 포함될까요? 정답은 1, 3, 4 모두 다입니다. 통 귀리에 가까운 ‘스틸컷 오트밀’은 그룹 1, 여기에 설탕이 들어가면 그룹 3 가공 식품, 향료나 색소가 더 들어가면 그룹 4 초가공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품목만으로는 알 수 없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뭐가 들어갔는지 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초가공 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여전히 헷갈리시는 분들을 위해 하버드대학교의 건강 블로그에 나온 분류 표를 가져와봤습니다. 표를 보시면, 가공 식품과 초가공 식품의 차이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전체 식사 중 초가공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연구도 나라별로 진행 중입니다. 한식을 토대로 개발한 한국형 NOVA 분류체계에 따라 한국인의 식사를 분석한 연구도 있습니다. 식품안전정보원이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19세~64세 성인 4,152명을 초가공 식품 섭취량에 따라 네 개 그룹을 나누어 비교해 봤습니다.

초가공 식품을 가장 적게 섭취하는 그룹에선 초가공 식품을 통해 섭취한 열량 비율이 7.1%에 불과했지만, 가장 섭취량이 많은 그룹의 경우 전체 열량의 58.3%를 초가공 식품을 통해 섭취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4명 중 1명은 전체 열량의 절반 이상을 초가공 식품을 통해 얻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초가공 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열량과 포화지방 섭취량이 증가했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식이섬유 섭취량은 감소했습니다.

미국 연구에서는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초가공 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이들은 미국 NIH 임상 센터에 4주 동안 머물며, 무작위로 나뉘어 첫 2주 동안 초가공 식품으로 이뤄진 식단 또는 미가공 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을 제공받고, 마지막 2주 간은 반대되는 식단을 제공받았습니다. 두 그룹으로 나뉜 피험자들은 칼로리나 영양소 등이 똑같게 준비된 음식을 먹되, 양은 원하는 만큼 먹었습니다.

초가공 식단을 먹는 동안 에너지 섭취가 더 많았고, 몸무게 변화는 에너지 섭취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초가공 식단을 먹는 동안 참가자들의 몸무게는 0.6~1.2kg 늘어난 반면, 가공되지 않은 식품을 먹은 기간 참가자들의 몸무게는 0.6~1.2kg 줄었습니다. 연구팀은 초가공 식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과체중이나 비만을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합니다. (아래 표를 보면, 2주 동안 몸무게가 어떻게 변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초가공 식품이 과식과 비만을 촉진할 위험이 있고, 식습관이나 식욕을 해치고, 각종 질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인과관계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또 NOVA 분류 체계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너무 부정확하고 불완전하다는 지적도 있고, 집에서 직접 조리한 식사에 대한 환상 같은 걸 심어준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실제로 초가공 식품의 정의는 애매모호한 면이 있어서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연구가 일관되게 지적하는 건 여러 다이어트 방식에서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게 바로 ‘초가공 식품을 피하라’는 메시지라는 겁니다. NOVA 분류 체계를 만든 Monteiro 교수는 심지어 ‘초가공 식품은 진짜 음식이 아니다(Ultra-processed foods are not ‘real food’)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초가공 식품을 안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식비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초가공 식품을 절대 먹지 말라고 하면 스트레스만 늘 겁니다. 초가공 식품의 장점도 분명합니다.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대체로 맛이 좋고, 조리하기도 수월합니다. 사서 나르기도 편안하고요. 이런 걸 잘 알면서도 이 칼럼을 쓴 건 최소 가공 식품과 가공 식품, 초가공 식품의 차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가끔씩은 우리가 먹은 식품 간 균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막연히 통조림은 몸에 안 좋다고 거부하거나 과당도 많이 섭취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과일은 적게 먹으면서, 달콤한 케이크나 쿠키,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초가공 식품을 더 많이 먹고 있지는 않은지. 유기농 식품 판매점에서 샀다는 이유로 냉동 너겟도 건강에 이로울 거라 생각하진 않았는지. 하루 종일 햄버거, 핫도그, 냉동식품만으로 끼니를 때우지 않았는지. 한두 끼는 건강하게 먹고 있는지. 어제 당신의 식단은, 선택은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