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 : 커피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면서 한 잔, 점심 먹고 졸음을 쫓기 위해 또 한 잔, 우리나라 사람들 커피 참 좋아하는데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발표한 식품산업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인 152잔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이제 커피는 단순히 기호 음료를 넘어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이러한 인기에 적잖이 기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커피에 얽힌 잘못된 정보도 의외로 많은데요. 이번 글에서는 커피의 건강적인 측면, 부수적 효과, 커피 종류에 따른 특징, 중독성 등에 초점을 맞추어 커피에 얽힌 오해들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커피는 심장 건강에 해로울까?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과 관련이 있는데요.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커피를 마실 때 심장박동수나 혈압이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적당량의 커피를 통해 섭취된 카페인은 부정맥 같은 심장에 중대한 위험을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적당한 커피 섭취는 심부전 및 뇌졸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해요. 평소에 건강한 생활 습관과 병행하면서 하루 3~5잔의 커피를 즐기는 것은 심장 건강에 해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심장 건강이 좋지 않거나 고혈압이 있는 경우, 커피 섭취량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커피는 골다공증을 일으킬까?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 3잔 정도의 커피는 건강에 해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루 7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소변을 통해 칼슘과 마그네슘이 손실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커피가 골다공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속설의 시작이죠. 다만, 평소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손실이 골다공증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므로 너무 우려할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커피 한 잔당 2T 스푼 정도의 우유를 더하는 걸로도 카페인으로 소실되는 칼슘 등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식단과 적절한 칼슘 섭취를 유지하면서 커피를 적당히 즐겨보세요.

커피는 암을 일으킬까?

커피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커피를 마시기에 꺼림칙했던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2016년 국제 암 연구 기관 IARC는 광범위한 문헌조사 끝에 “커피 자체가 암을 유발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결론짓고, 커피를 암과 상관관계가 분명치 않은 3군으로 재분류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오히려 커피가 간암, 자궁내막암 등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커피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된다는 연구가 있지만, 이 물질의 검출량은 국제 기준치를 충족하는 정도로 안전한 수준입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고온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도 발생하지만 최종 음료에서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커피가 암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을 줄일 수 있을까?

커피가 각성 효과를 주는 이유는 아데노신 수용체를 일시적으로 차단해 각성을 유발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커피를 마신다고 아데노신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잠을 자지 않으면 아데노신은 뇌에 계속 누적되며, 결국 더 심한 졸음을 유발하게 됩니다. 카페인의 반감기는 대략 5~7시간으로, 섭취한 양의 절반이 이 시간 내에 사라지고 8~10시간이면 75%가 배출되므로, 늦은 밤에만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특별히 잠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커피를 마시면 처음에는 각성 효과가 크지만, 점차 그 효과가 감소합니다. 결국 각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커피를 마셔야 합니다. 이는 수면 부족으로 이어져 낮에 더 졸리게 되어 커피 소비량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커피는 술을 깨는 데
도움이 될까?

많은 사람들이 커피가 술을 깨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상식입니다. 커피를 포함한 모든 차 종류는 이뇨 작용을 일으켜 체내 수분을 더 많이 배출 시키는데요. 음주 후 커피를 마시면 이뇨 작용이 강화되어 체내 알코올 농도는 높아지고, 수분 부족으로 인해 알코올 배출은 더 힘들어집니다. 이로 인해 커피를 마시고 음주 농도를 측정하면 커피를 마시기 전보다 농도가 더 높아지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술을 깨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일시적 현상입니다. 알코올은 시간이 지나야만 자연스럽게 분해되므로 커피는 술을 깨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디카페인 커피에는
카페인이 없을까?

디카페인 커피라도 소량의 카페인은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디카페인 커피는 97% 이상의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노 한 잔에는 대략 50~15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지만,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에는 약 3mg 정도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에는 일반 커피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의 카페인이 들어있긴 하지만,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닙니다.

물론,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카페인에 민감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카페인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 디카페인 커피가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카페인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지만, 그 양이 매우 적어 대부분의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드립 커피보다 에스프레소에
카페인 함량이 많을까?

에스프레소가 드립 커피보다 카페인 농도가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진한 맛을 내지만, 사용하는 물의 양이 적고 커피와 뜨거운 물이 닿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카페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에는 약 63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반면에, 에스프레소보다 오랜 시간 추출해야 하는 드립 커피 한 잔에는 약 95mg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커피 원두를 볶는 정도에 따라서도 카페인 함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진하게 볶은 원두보다 약간 덜 볶은 원두에 더 많은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이처럼 진하고 쓴 커피가 반드시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다는 인식은 사실이 아닙니다.

커피도 중독될 수 있을까?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신체적인 의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약이나 도박처럼 신체 건강을 해친다거나 사회적, 경제적 위협이 될 정도의 강한 중독성은 없습니다. 그리고 하루 400mg 이하의 카페인 섭취는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물론, 매일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끊게 되면 하루 정도는 두통, 피로, 불안, 우울감, 집중력 저하 등의 일종의 금단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매일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온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지만 이러한 증상은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적당한 커피, 건강한 하루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무언가가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뜻이죠.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게 해주고, 오후의 커피 한 잔은 나른함을 몰아내 줍니다. 그러나 과도한 커피 섭취는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 자신의 몸 상태와 생활 습관에 맞게 커피를 즐기며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