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short sleeper? long sleeper?

만성적으로 수면이 부족한 나라. 바로 ‘한국’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최하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같은 수면 부족은 다양한 수면 질환을 품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수면 장애’ 환자는 약 110만 명으로, 최근 5년간 30% 이상 급증했습니다.

특히 수면 장애는 단순히 숙면을 못 취해서 피로감을 주는 것을 넘어, 다양한 만성 질환의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적정한 수면으로 하루 동안 심신의 피로를 풀고, 다음날 다시 활동할 에너지를 충전하려면 제 때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의 자문으로 수면 부족과 수면 장애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수면의 질을 높이는 잠들기 전 ‘6‧3‧3 법칙’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수면의 질 떨어지면 질병 위험은 증가

인생의 3분의 1은 수면 시간입니다. 수면은 낮에 쌓인 마음과 육체의 피로를 해소하고, 기억 등 인지기능을 강화하는 과정입니다. 건강한 삶을 이어가기 위해 위해 수면의 질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신체 리듬의 균형이 깨져서 피로가 증가하고, 낮시간 동안 △학습장애 △안전사고 △능률 저하 △기분 장애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는 ”수면 시간이 지속적으로 부족하면 다양한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며 ”수면은 고혈압‧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면 시간이 짧으면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호르몬 분비가 증가해서 체중 증가, 복부비만 등 대사성질환으로도 이어집니다.

억지로 잠 청하면 오히려 불면증 유발

적정 수면 시간은 보통 자고 난 다음날 일상에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성인은 7~8시간의 수면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 수면 장애는 평균 수면 시간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다음날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세계국제수면학회는 5시간 이하의 잠을 자도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는 사람을 ‘short sleeper’, 10시간 이상 자야하는 사람을 ‘long sleeper’라고 정의합니다.

황경진 교수는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하는 행위는 오히려 스트레스와 불안을 증가시켜서 불면증을 유발‧악화시킬 수 있다”며 “잠자리에 누운 뒤 20~30분 동안 잠이 오지 않으면 침실에서 벗어나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습니다. 

잠자리를 빠져 나온 후 주변 조도를 낮춘 상태에서 △독서 △명상 △음악 감상 등을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고, 잠이 자연스럽게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잠들기 전 기억해야 할 ‘6·3·3 법칙’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우선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매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또 커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하루에 1잔 정도가 적당하고, 술도 자제해야 합니다.

술을 먹으면 쉽게 잠들 수 있지만,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합니다. 결국 자주 뒤척여서 오히려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어서 잠들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특히 숙면을 취하기 위해 잠들기 전 ‘6‧3‧3 규칙’을 기억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황경진 교수는 “운동은 잠들기 6시간 전, 음식 섭취는 3시간 전에 마무리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잠들기 3시간 전부터는 가급적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액정화면에서 방출하는 블루라이트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고, 전반적인 수면 리듬을 늦춰서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킵니다.

평일에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경우 주말에 보충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말 수면 보충에도 원칙이 있습니다.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총 수면 시간을 2시간 이상 초과하지 않는 것입니다. 

주말에 너무 길게 몰아서 자면 야간 수면을 방해해서 다음 날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면 패턴이 불규칙해져서 생체리듬이 깨지고, 면역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기온이 올라가며 춘곤증‧식곤증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며 발생하는 일종의 생리적인 피로감으로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황경진 교수는 “춘곤증은 대부분 2주 내에 증상이 사라진다”며 “하지만 2주 이상 지속하거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의 극심한 피로와 심한 졸음이 나타나면 수면 장애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