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고 난 후에나 매운 음식을 먹은 후에는 땀을 뻘뻘 흘린다. 땀샘은 전신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온몸에서 땀이 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유독 특정한 부위에서만 땀이 많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따라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코막힘과 노화가 가져오는 두한증
머리와 목덜미에서 땀이 유독 많이 나는 경우를 ‘두한증’이라고 한다. 두한증은 비염이나 축농증, 인후두염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몸은 호흡을 통해 몸에서 발생한 열을 조절하는데, 코가 막혀 있는 경우에는 깊은 호흡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체온 조절이 어려워진다. 배출되지 못한 열은 피부를 통해서 배출되는데, 이 때문에 땀이 유독 많이 나게 되는 것이다. 코를 막고 있는 질환을 치료하고 수영이나 달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으로 폐활량을 늘려 주면 두한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
또 노화로 인해 손, 발바닥 등 말단의 땀샘 기능이 저하되면 머리와 목덜미에 땀이 많이 날 수 있다. 다른 부위의 땀샘을 통해 배출되지 못한 땀이 머리와 목덜미에 몰려서 배출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을 억제하는 항콜린제 약물을 복용해 땀을 줄이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 증상으로 두한증이 나타났다면 여성호르몬제를 통한 치료도 가능하다.
혈액순환 장애와 당뇨병, 손발에 땀 유발
손발에서 유독 땀이 많이 나는 ‘수족 다한증’이 있다면, 혈액순환 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몸에서 체온 조절 기능이 저하되면서 모공이 닫히고 피부의 온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때 손발은 외부 마찰이 많아 모공이 계속해서 열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몸에서 나오는 열이 모두 손발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손발에 땀이 많이 나게 된다. 이렇게 체온 조절이 잘되지 않는 상황에서 땀이 급격하게 식으면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이 함께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도 손발에 땀이 많이 날 수 있다.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서 말초신경과 신경섬유 등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말초신경 가운데 자율신경이 손상될 경우 땀 분비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땀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손발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저리는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신장 기능 떨어지면 사타구니 땀나는 낭습증 생겨
사타구니는 다른 부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온도와 습도가 높고, 피부가 접히는 만큼 땀과 습기가 쉽게 찰 수 있다. 그런데 덥고 습한 날씨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타구니에 땀이 찬다면 ‘낭습증’을 의심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신장의 양기가 허약하고 찬 기운이 많을 경우 사타구니에 습기가 맺히면서 낭습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낭습증이 발생한 경우 사타구니에 땀이 많이 차는 것 외에도 피로가 많이 쌓이고, 성 기능이 저하되는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사타구니는 특성상 땀이 찰 경우 습진으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속옷을 자주 갈아입고 청바지와 같이 꽉 끼는 옷을 입는 것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 체온을 조절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좌욕을 수시로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도한 겨드랑이 땀, 예민해진 교감신경이 원인
땀샘은 자율신경의 영향을 받는데, 긴장했을 때나 화가 났을 때처럼 감정이 격해지면 교감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땀이 과다하게 분비될 수 있다. 특히 여름철 더운 날씨나 스트레스 상황 등에서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 땀이 정상보다 많이 분비될 수 있다. 겨드랑이 땀은 교감신경의 과활성화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인 만큼 안정을 취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시큼한 냄새가 나는 ‘액취증’으로 인해 불쾌감을 줄 수 있어 문제가 된다.
하이닥 외과 상담의사 정병태 원장(제이앤케이의원)은 “땀 분비를 조절하고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는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땀이 많이 나면 수시로 갈아입는 것이 좋으며,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 등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것이 좋다”며 “심한 경우 땀이 분비되는 입구를 막아 주는 발한 억제제를 겨드랑이에 국소적으로 발라 땀의 분비를 조절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보톡스 주사나 땀샘 제거 수술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