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생활의 성적표, 간 경변증을 보면 안다

간 견병증, 만성 간질환의 최종 단계

나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말해주는 나이테처럼 간 또한 일상의 올바른 습관들을 비춰주는 척도가 되곤 합니다. 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질병 중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간 경변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간경화라고 부르는 질환을 말합니다. 장기간 지속적인 간세포 손상과 간염에 노출되어 간에 다양한 크기의 재생 결절들이 생기는 상태입니다. 전문용어로는 섬유화라 일컬으며 이는 흉터의 층들이 쌓이면서 간세포 구조에 변형이 이뤄지고 간 기능이 떨어지는, 만성 간질환의 최종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간의 섬유증 및 경변증’ 연도별 환자 추이 통계에 따르면 2011년에는 72,149명이었던 환자의 수가 2021년에는 97,418명으로 10년 사이 35%가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급속도로 증가하는 간 경변증, 어떤 경우에 생기는 걸까요? 소화기내과 김정한 교수는 가장 흔한 원인을 만성 간염 바이러스 B형, C형 그다음으로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 최근에 많이 생기고 있는 원인으로 ‘비알코올 지방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1990년대까지는 간 경변증 환자 중 80%가 B형간염으로 인한 발병이었는데 국가예방접종사업과 항바이러스 의약품 처방이 활성화되면서 바이러스성 감염으로 인한 원인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오히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원인은 비알코올 지방간입니다. 지방간 자체가 심할 경우 염증을 유발하여 지방간염이 되는데요. 이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간에 손상을 일으켜 간 경변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서구권에서는 간 경변증 및 간암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과 체중 조절은 간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침묵의 장기, 노크하기 전엔 몰라

흔히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표현하는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몸이 내게 먼저 노크하기 전이거나, 아니면 내가 스스로 몸을 들여다볼 준비, 즉 내가 몸에 노크하기 전까지는 내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로감이나 우상 복부 쪽에 불편감이 있는 수준이라 생활 속 작고, 잦은 일상 불편감과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증상이 발현된 후에는 이미 많이 진행된 이후이거나 합병증에 의한 것으로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간 경변증을 의심할 수 있는 외적 증상, 즉 합병증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나오는 변화는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배에 물이 차는 증상인 ‘복수’, 간이 굳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피가 위장이나 식도 쪽으로 역류하며 발생하는 ‘위·식도 정맥류 및 출혈’, 장에서 흡수된 독소가 해독되지 않고 온몸에 유입돼 중추신경계의 기능을 억압하면서 발생하는 ‘간성뇌증’ 등이 있습니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는 문제로 인해 멍이 잘 들거나 피가 잘 안 멎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김정한 교수는 간 경변증의 경우 빨리 발견할수록 치료에 대한 계획이나 생활 습관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간 경변증의 진단은 여러 진찰 소견과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조직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침습적인 검사이므로 대신 영상학적 검사인 초음파 또는 CT로 간경화의 모양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간섬유화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확인하는 간섬유화스캔(Fibroscan), 간탄성도검사(Liver shear wave)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간섬유화스캔과 간탄성도검사는 간 부위에 장비를 대고 진동을 발생시켜 간이 굳을 때 달라지는 점을 이용해 섬유화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검사 소요 시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 5분에서 10분 정도이며 검사 3시간 전까지 물을 포함한 금식이 필요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빠른 길

간 경변증의 치료 방법은 질환의 발생 원인과 정도에 따라, 또 합병증에 따라 다르게 적용됩니다.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간 경변증의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알코올이나 비만 등 생활 습관 문제에 따른 경우에는 식이요법과 생활 습관 변화를 통한 예방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간성혼수 등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합니다. 간 내부 조직이 심하게 섬유화되어 있는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간 이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현재 간암 고위험군인 간 경변증, B형 간염, C형 간염에 대해서는 1년에 2회 국가암검진 사업 중 간암조기검진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보유자라면 가까운 내과에서 진료 받고 본인이 간암 감시검사 대상으로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하여 정기 검사를 받을 것을 적극 권합니다.

김정한 교수가 꾸준히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건강에 대한 기본’입니다. 간 이식으로 가기 전에 최대한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힘을 주어 말합니다. 간에 좋은 보조제, 예를 들어 간장보조제를 섭취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간기능 수치 회복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말 그대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일 뿐, 간이 더 좋아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점이라는 것도 잊지 않고 전했습니다.

“간 경변증으로 진행되면 원래의 정상적 간으로의 회복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예방과 치료, 관리의 궤를 꿰뚫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간세포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주 또는 절주하시고,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들은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기를 권합니다. 그 외 지방간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시고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사를 권고합니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길이 간 경변증 치료의 가장 빠른 길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