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등산을 즐기는 사람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지만 겨울산행의 경우 부상위험이 매우 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눈에 반사되는 강한 자외선부터 동상과 저체온증까지 신체를 위협하는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설맹증 예방하려면 고글 착용
각막이 찬 공기에 노출되면 눈이 시리거나 눈물이 나고 안구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눈 덮인 산에 오르는 경우 설맹증(자외선에 의한 눈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안과병원 노영정 교수는 “눈의 햇빛반사율은 90%로 모자를 써도 소용없어 설맹증 예방을 위해서는 자외선차단안경이나 고글 착용이 필수”라며 “오래된 제품은 자외선차단코팅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아 교체하고 콘택트렌즈는 착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소 안구건조증이 심하다면 인공눈물을 챙기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자는 실내운동 권장
등산은 활동량이 많고 혈압을 높여 심장에 부담을 준다.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차정준 교수는 “특히 겨울에는 혈관수축으로 인해 혈압이 추가로 상승, 심장마비 발생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고혈압·심장질환 등이 있다면 완만한 코스를 선택하고 심장약과 응급약(비상용 니트로글리세린)은 꼭 챙겨야 한다. 등산 도중 식은땀이 나면서 가슴통증을 느끼면 즉시 휴식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해 119를 부른다. 증상이 가라앉아도 하산하는 것이 안전하다.
차정준 교수는 “등산은 고혈압·심장질환자에게도 도움 되는 운동이지만 겨울에는 심장부담을 고려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요가, 필라테스, 수영 등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젖은 상태로 등산 금물
동상에 걸리면 젖은 장갑과 양말, 등산화를 즉시 벗고 수건이나 마른 천으로 손발을 감싼 뒤 더운물(37~39도 정도)에 담근 상태로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 세게 문지르거나 핫팩을 대면 자칫 조직이 더 손상되거나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최한성 교수는 “양말과 등산화를 벗을 때 얼어붙은 피부조직이 같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며 “양말 채 물에 담가 조심스럽게 벗은 뒤 다시 깨끗한 물에 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심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은 사망위험이 커 오한이 심하고 조금씩 의식이 떨어지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특히 몸이 젖은 상태에서의 등산은 금물이다. 최한성 교수는 “여분의 수건과 양말을 준비해 수시로 땀을 닦고 젖은 양말은 얼른 갈아 신어야 한다”며 “커피보단 따뜻한 물과 고열량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귀와 손발이 차가워지면 수시로 주물러 혈액을 순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산 시 발목·무릎부상 주의
하산 시에는 다리에 힘이 빠져 발목과 무릎부상을 주의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재활의학과 이용택 교수는 “하산코스는 바닥이 고르고 평평한 길을 선택, 다리 힘을 뺀 채 터덜터덜 걷지 말고 허벅지‧엉덩이근육을 사용해 사뿐사뿐 내려오면 무릎충격을 한결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등산화는 발이 겉돌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 너무 딱 맞으면 발이 붓고 체중이 앞으로 쏠린다. 배낭은 허리를 펴고 좌우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무게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