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 두뇌건강 편

우리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가 무엇일까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장기는 그 나름의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요. 설령 지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여겨져도 의학이 발전하면서 그 중요성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중요한 것들을 꼽아보자면, 우리의 뇌가 그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데 다들 동의할 것입니다.

건강한 두뇌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근간입니다. 뇌는 우리가 생각을 하고, 배운 것을 기억하며, 감정을 느끼게 하는, 말 그대로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지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두뇌와 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도 그것이 우리 개개인의 삶의 질과 성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두뇌는 우리 인체에서도 특히나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는 영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에도 더없이 좋습니다. 자,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우리 뇌에 관한 여러 가지 속설들을 살펴보며 사실인지,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왜 사실이 아닌지, 그렇다면 무엇이 사실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 두뇌 건강 편,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꿀밤을 맞으면
뇌세포가 죽는다?

학창 시절 꿀밤을 맞으며, 혹시 이러다가 머리가 나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해 본 적이 다들 있을 겁니다. 실제로 꿀밤을 맞고 나면 기억력도 좀 떨어진 것 같고 말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꿀밤이 뇌세포를 죽일 수 있을까요?

머리에 가해지는 모든 충격은 이론적으로 뇌세포에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두뇌를 감싸고 있는 두개골은 우리 신체에서 치아를 제외하면 가장 단단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안은 3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막이 둘러싸고 있고, 뇌척수액이 쿠션처럼 뇌를 감싸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충격은 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꿀밤 한두 번 정도로는 어림없지요.

하지만 아무리 꿀밤이라도 거듭 반복되면 뇌세포에 손상이 누적될 수 있습니다. 아주 심한 충격이 가해지면 뇌가 두개골에 충돌하여 뇌의 신경 세포가 죽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이렇게 뇌와 두개골이 충돌하는 현상을 뇌진탕이라고 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아직 뇌가 성장하는 중이기 때문에 충격에 민감하고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우리가 자전거 등을 탈 때 항상 헬멧을 착용하여 혹시 모를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막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휴대폰 전자파가
뇌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

휴대폰이 우리 일상의 필수품이 된 이후, 전자파가 뇌종양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의심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과도한 전자파 노출은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전자파를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하기도 했지요. 2B군 발암물질이란 사람 대상 연구 및 동물 실험에서 제한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입니다. 피클, 김치, 염장 채소류 등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는 휴대폰 사용이 뇌종양 발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와 국제암연구소 연구팀이 1935년에서 1950년 사이에 태어난 영국 여성의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휴대폰 사용과 뇌종양 위험 사이 연관성을 조사했더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과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의 뇌종양 발병 위험도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일반적인 수준의 휴대폰 사용이 뇌종양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휴대폰 사용량이 많은 경우도 괜찮다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데요.

정리하자면, 일반적인 수준의 휴대폰 사용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뇌종양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으므로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므로 전자파 노출은 가급적 삼가는 게 좋겠다고 하겠습니다.

뇌졸중은 침으로
치료할 수 있다?

뇌졸중은 뇌에 혈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신체 마비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말합니다. 뇌의 무게는 체중의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뇌는 심장에서 나오는 혈류의 15%를 사용하고 산소 소모량도 몸 전체의 20%에 이릅니다. 혈류 필요량이 많은 뇌이기에 혈류가 차단되면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되지요.

뇌졸중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파열되는 뇌출혈이 있습니다. 뇌경색이 70% 정도로 더 흔한데요, 요즘처럼 기온이 내려가는 시기에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쐬게 되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입니다.

뇌졸중에 대한 대처는,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갑작스러운 한쪽 팔다리 마비, 얼굴 마비, 말이 어눌해지거나 잘 알아듣지 못하는 등 뇌졸중의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응급상황이란 의미입니다.

시간에 따라 환자의 생명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에, 늦어도 4시간 30분 이내에 정맥 내 혈전용해제 치료와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침을 맞는다며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요즘 자주 깜빡깜빡하는데
치매 아닌가?

우리는 일상 중에도 종종 깜빡깜빡하는 일이 있습니다. 열쇠나 리모컨을 어디 두었는지 헤매는 경우도 있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지요. 젊은 나이일 때는 이런 일이 있어도 일시적인 건망증이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나이가 들수록 혹여 치매의 초기 증상은 아닌지 걱정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건망증과 치매는 다릅니다. 건망증은 기억 능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된 상태일 뿐, 인지 능력은 온전합니다.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에도 지장이 없지요. 하지만 치매는 기억력 장애 외에도 공간지각력, 계산 능력, 판단 능력 등이 저하되고 일상생활 수행력의 저하도 나타납니다.

기억력 저하에서도 건망증과 치매는 차이를 보입니다.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최근에 일어난 일의 자세한 일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정도이지 전체적인 맥락은 파악합니다. 옆에서 힌트를 주면 대부분 잊었던 내용을 스스로 기억해 내지요. 반면에 치매 환자는 과거의 일을 회상하지 못할 때 옆에서 도와줘도 기억해 내지 못합니다.

다만, 단순한 건망증으로 보이더라도 그 횟수가 잦거나 정도가 지나치다면 치매의 초기 증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까운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면 치매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검사와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뇌 영양제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뇌 영양제라고 들어보셨나요? 치매 예방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마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요. 이런 약들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최근 처방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뇌 영양제의 정체는 무엇인지, 실제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뇌 영양제로 알려진 약의 주성분은 콜린알포세레이트입니다. 치매 환자의 뇌에는 인지기능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세포가 파괴되면서 아세틸콜린이 크게 줄어들게 되는데요.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아세틸콜린 수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은 이미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때도 도네페질이라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와 함께 복용했을 때 효과가 입증되었지요. 뇌 영양제 콜린알포세레이트만 단독으로 먹는 것은 치매 예방은 물론 치료 효과조차도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여타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이경실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복용한 사람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발생 위험이 각각 43%, 34%, 37% 높았다고 합니다. 치매 예방제라고 알려진 뇌 영양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실제로는 치매 예방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여러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두뇌 건강을 지키는
3가지 원칙

두뇌 건강은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두뇌가 건강하면 기억력, 학습력, 사고력이 좋아지고 일상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영위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두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세 가지를 항상 기억하기 바랍니다.

첫 번째,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활발한 신체활동은 뇌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운동은 뇌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도록 하고 뇌세포가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합니다.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3일 이상 조금 힘들다 싶을 정도로 느낄만한 운동을 하는 게 좋습니다. 단, 너무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주의해야겠지요.

두 번째, 건강한 식단 유지하기.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뇌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뇌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생선: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뇌 신경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견과류: 비타민E, 엽산, 폴리페놀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뇌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세 번째, 충분한 수면 취하기.
수면은 뇌가 회복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입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기억력, 학습력, 집중력 등이 떨어질 수 있지요. 성인은 보통 하루 7~8시간의 수면이 권장되고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보다 더 많은 수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카페인이나 알코올을 피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세 가지만 꾸준히 실천해도 두뇌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글이 독자들에게 두뇌 건강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