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말하는 미백치료의 명과 암

치아 변색 원인

치아는 원래 대부분 하얀색을 타고납니다. 치아의 제일 바깥을 싸고 있는 법랑질(enamel)이 원래 흰색 또는 회백색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 법랑질이 상대적으로 얇은 사람은 그 아래의 노란색의 상아질(dentin)이 비춰 보이기 때문에 약간 누르스름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복용하는 약물, 혈액질환, 치아 외상, 신경치료 부작용 등으로 치아 색이 변하는 것을 내인성 변색이라고 하고, 치아의 외부에 착색을 일으키는 물질이 침착되어 생기는 것을 외인성 변색이라고 합니다.

대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치아 변색의 원인은 외인성 변색인데요. 오래 치아를 쓰다 보니, 또 입안은 각종 음식이 들어오는 공간이다 보니 색이 변하게 되는 것이죠. 커피, 와인, 홍차, 한약, 초콜릿 등 짙은 색의 음식이나 흡연 시 니코틴 성분도 변색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경희대 치의학과 박용덕 교수님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홍차의 치아 착색 유발이 가장 심하며, 커피, 초콜릿, 김치찌개 등이 그 뒤를 따른다고 하네요. 우리가 좋아하는 많은 음식이 치아를 누렇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치아 미백 방법

치아 미백은 외인성으로 생긴 색 변화를 밝게 해주는데 사용합니다. 원료로 사용되는 주성분은 과산화수소와 카바마이드 퍼록사이드입니다. 과산화수소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옷에 뭐가 묻었을 때 표백을 위해 사용하는 바로 그 성분입니다.

치아를 하얗게 만드는 원리도 옷을 표백시키는 원리와 동일합니다. 약제가 치아 표면에 닿아 분해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를 방출하면서 치아 표면의 착색 물질을 제거하여 치아를 하얗고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치아 미백은 정도와 전문성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치과에서 받는 ‘전문가 미백’,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자가 미백’, 치약 등을 이용하는 ‘생활 미백’이 있습니다.

전문가 미백

먼저 전문가 미백은 치과에서 치과의사가 잇몸 보호제를 바른 뒤 치아에 높은 농도의 치아미백제를 바르고 미백 전용 광선을 조사하는 방식입니다. 광선을 사용해 미백 성분이 치아 법랑질과 상아질 사이로 보다 세밀하게 침투시킨 뒤 산화를 유발합니다. 1~3회 정도, 1회 30분에서 1시간 시술로 단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농도의 미백제를 사용하는 것이므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치아가 아닌 잇몸이나 입술 등 다른 부위에 약제가 묻게 되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의약품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가 미백

자가 미백은 치과에서 자신에게 맞게 본을 떠서 만든 미백틀에 미백제를 넣고 수 시간 정도 머금어 미백하는 방법입니다. 전문가 미백보다는 효과를 보기까지 기간이 좀 걸리지만 (일반적으로 수 주일) 가정에서 편하게 취침 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치아의 상태에 따라 시린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 미백제의 농도와 지속기간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흔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생활 미백인데요. 저농도의 성분을 젤형, 부착형, 치약형의 형태로 치아에 접촉시키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므로 과산화수소 농도 3%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초기에는 반짝 효과가 있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생활습관의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강력한 효과는 보기 힘든 편입니다.

치아 미백 시 주의사항

치아 미백은 광고도 많이 하고 침습적인 치료라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미백제를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단 시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매우 좋은 치료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백제의 주성분이 소독제로 흔히 사용하는 과산화수소이기에, 그 독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치아는 얼핏 보면 매우 단단한 갑옷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멍들이 숭숭 나있는 다공성 구조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색이 진한 음식이 입에 남으면 그 구멍에 들어가 착색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미백의 원리는 고농도의 소독제로 치아 표면에 약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치아 구멍에 낀 착색물 빼내는 것입니다. 당연히 과하게 사용하면 치아를 약하게 할 수밖에 없겠죠. 미국 스톡턴대 화학과 캘리 키넌 교수팀은 치아 미백 과정 중에 사용하는 과산화수소가 상아질 조직까지 침투해 콜라겐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상아질 과민증이라고 일컫는 치아가 시리고 예민해지는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입안에 상처가 있거나 치주질환이 심한 경우에 치아 미백제를 사용하게 되면 미백 성분이 헐거워진 치아 주변 조직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상처나 치주염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외상이나 신경치료, 약물 복용 등으로 생긴 내인성 변색은 치아 미백제로는 미백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뭐든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치료와 약은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도움이 되지만 과하면 문제가 됩니다.

모든 건강관리의 기본은 생활습관에 있듯이 하얀 치아를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치아의 색이 변하지 않도록 평소 관리를 해주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홍차, 커피, 김치찌개 등 치아를 변색시키는 음식을 먹었다면 빠르게 입을 헹구고 가능하다면 양치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흡연 또한 치아를 누렇게 만드는 원인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겠죠. 치아 표면에 치태와 미생물이 쌓이면 이 또한 치아를 누렇게 만드는 원인이 되므로 양치질은 하얀 치아를 위해서도 필수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