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을 많이 먹으면 눈 건강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말이다. 당근에는 눈에 좋은 루테인과 라이코펜과 같은 성분이 풍부하다.
그렇다면 당근을 많이 먹으면 밤눈까지 밝아질까? 이 역시 흔히 알려진 속설이지만 그동안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팽배했었다.
그런데 최근 이 속설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당근과 눈 건강에 관한 속설은 어디까지 진짜일까?
◆ 2차대전 영국군이 만들어낸 속설
당근이 밤눈을 밝힌다는 속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영국과 독일은 치열한 공습을 벌이곤 했는데, 공중전에서 독일군과 영국군의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영국군은 당시 야간 공습을 일삼던 독일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때 한달이 지난 후 전세가 역전되었다. 영국군이 야간 비행을 하는 독일 폭격기를 격추하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군은 스파이를 동원해 영국군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스파이를 통해 입수한 정보는 바로 영국군 조종사들이 출격 전에 당근 요리를 많이 먹는다는 것이었다.
한 영국 공군 대위가 인터뷰에서 격추 비결이 바로 당근이었다고 발언하자 당근이 밤눈을 밝힌다는 말은 점점 널리 퍼져나갔다.
그러나 영국군의 격추 비결은 당근이 아닌 레이더였다. 영국 공군이 신형 개발한 레이더 덕분에 야간 격추가 한결 쉬워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근 이야기는 왜 한 걸까?
이는 당근이 영국 내에서 생산이 장려되던 채소였기 때문이다. 해외로부터 수입이 어려운 설탕 대신 당근의 단맛을 활용하자는 차원에서 전국적인 당근 증산 캠페인이 진행되었는데, 영국군이 만들어낸 이와 같은 속설은 당근 소비량을 더욱 증가시키는 데 일조했다.
◆ 베타카로틴 성분이 눈 건강에 도움 줘
당근은 미나리과에 속하는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16세기에 처음 들어와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부분은 당근의 뿌리 부분인 주황색 부분인데, 이 부위에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은 특히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품이다. 베타카로틴은 체내 세포에 악영향을 주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며, 각종 독소 물질 제거에 효과적이다.
아울러 베타카로틴은 눈 건강에도 좋다. 베타카로틴이 체내 흡수되면 비타민 A로 전환되는데, 비타민 A가 바로 눈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사람의 눈에는 간상세포가 있어 빛의 명암을 감지할 수 있는데, 이는 간상세포에 포함된 로돕신이라는 단백질 성분에 의해 가능하다. 로돕신이 많을수록 어두운 곳에서 보는 것이 용이해진다. 로돕신은 빛을 받으면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 에너지가 간상세포를 자극해 시각을 형성한다.
이때 로돕신을 형성하는 레티날이라는 성분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비타민 A다. 따라서 비타민 A 형성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을 섭취하면 눈 건강이 좋아진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작정 비타민A를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눈 건강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비타민 A가 많이 공급된다고 해도 망막에서 시각을 형성하는 최저 조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근이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밤눈까지 밝아지게 한다는 말은 정확한 사실이기보다는 속설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