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배가 꾸르륵거리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배가 아픈 사람이 있다. 잦은 설사와 복부 불편감, 여기에 속이 더부룩하고 트림까지 잦다. 이럴 때 우리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하지만, 만약 우유를 마신 후 위와 같은 증상이 있으면 이는 ‘유당불내증’일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증상을 갖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질환인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유당불내증에 대해 알아본다.
유당을 소화하지 못해 발생하는 ‘유당불내증’
유당불내증은 우유뿐 아니라 우유가 들어간 음료만 마셔도 문제가 생긴다. 몸에서 우유 속 유당(락토스)을 소화하는 대사질환이기 때문이다. 유당불내증은 우유 단백질에 대한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으로 생기는 우유 알레르기와는 다른 질환으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유당을 소화하고 분해하는 데 락타아제라는 유당분해효소가 필요한데, 소장이 이 효소의 생성을 중단하면 유당불내증이 되며, 특히 성인 및 아시아, 아프리카인, 히스패닉계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약 68%의 사람에서 유당 소화에 문제가 발생한다.
유당은 모유에도 존재하며 거의 모든 사람이 유당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점차 쓸모가 없어지면서 효소도 줄어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 결핍 상태가 된다. 유당불내증은 원인에 따라 △원발성 △2차 △선천성 △발달성으로 나뉜다.
원발성 유당불내증은 나이가 들면서 락타아제 생성이 감소하여 발생하며 아시아인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2차 유당불내증은 크론병이나 셀리악병, 궤양성 대장염, 화학요법을 하고 있는 사람 등 질병 등으로 인해 소장에 영향을 미쳐 일시적으로 락타아제 생성이 감소된 상태이다. 선천성 유당불내증은 매우 드문 경우로, 신생아에서 나타나며 부모 모두 선천성 유당불내증일 때 유전된다. 발달성 유당불내증은 소화 시스템이 완전히 발달하기 전에 태어난 미숙아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성장하면서 해결되지만, 발달이 완성될 때까지 유당이 없는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한다.
복통과 설사가 대표 증상…유당 섭취 안 하면 문제 없어
유당불내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과 설사이다. 설사가 거듭되면서 탈수증, 오한, 경련성 복통, 복부 팽만감 등이 나타난다. 선천적인 이상인 경우 모유를 먹은 후 바로 계속적인 설사를 보인다. 주식이 모유와 분유인 아기에서 흔하게 나타나며, 이때 구토와 함께 기저귀 발진도 함께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유당불내증은 유전적인 원인에 의해 일어나므로 아직 명확한 치료법이 없다. 따라서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은 유제품 섭취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유를 마시고 싶다면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 우유를 마시는 게 좋다. 유당불내증이 심하지 않다면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도 방법이다. 찬 우유를 마실 때와는 달리 위에서 우유 덩어리가 단단해져 위를 지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유당이 락타아제가 분해할 수 있는 정도만 통과해 증상이 약해질 수 있다. 유당 소화 효소를 보기 위해 유제품을 먹기 30분 전에 유당분해효소 제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유당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락토프리 우유부터 섭취한 후 천천히 다른 음식과 함께 유제품까지 섭취 범위를 넓혀가는 식이다.
우유도 안 마셨는데 설사를?…’과민성대장증후군’ 의심해야
과민성대장증후군 역시 유당불내증과 마찬가지로 복통과 설사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유당불내증과 구분되는 점은 ‘유당 섭취 유무’이다. 유당 섭취 시에 발생하는 유당불내증과 달리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심리적 요인 △위장염 △특정 음식에 대한 과민반응 △대장 내 상주군 구성의 비정상적 변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기질적인 원인 없이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을 겪는 질병인 셈이다.
하이닥 외과 상담의사 김성강 원장(우리들항외과의원)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이지만, 간혹 변비형이나 혼합형이 같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교대형으로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날 수 있고, 만성 변비 환자일지라도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을 잘 살펴야 한다. 또한 설사를 자주 한다고 해서 무조건 과민성대장증후군인 것도 아니다”라며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하나의 원인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전체 인구의 약 7~15% 정도가 의심되는 증상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흔한 대장 질환 중 하나이다. 대부분 연령대가 낮은 20~30대에서 많이 발병하며,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는 증상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변검사, 혈액검사 등의 검사와 더불어 대장내시경을 시행해 진단할 수 있다. 진단 후에는 증상 완화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치료 및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포드맵 함량 높은 식품은 자제해야
원인을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만성질환으로써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증상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식습관과 생활습관, 정신 건강 등 다양한 면에서 노력해야 한다. 자극적인 음식과 과식을 피하고, 적당한 운동과 휴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좋다. 섭취한 음식과 생활 방식, 증상 등을 일기로 기록하는 것도 식단 및 건강 관리에 도움 된다.
특히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영향을 주는 큰 요인은 식이요법으로 포드맵(FODMAP) 함량이 적은 식사가 증상을 완화한다. 포드맵이란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을 말한다. 포드맵 함량이 높으면 장에서 잘 흡수가 되지 않고 남아 가스를 생성하여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킨다. 피해야 할 고포드맵 식품으로는 사과, 배, 보리, 아몬드, 양파, 마늘, 커피, 탄산음료 등이 있다. 포드맵 함량이 적은 식품으로는 바나나, 딸기, 고구마, 오이, 고기, 두부, 쌀밥, 양상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