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바닥에 내려치듯 상처나고 망가진다’
고혈당 수치의 음식을 자주 먹을 경우 우리 혈관에 생길 수 있는 현상이다. 의학전문가들은 고혈당 상태로 혈액이 혈관을 타고 흐르면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세포를 지속적으로 공격한다고 경고한다.
정혜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혈당의 급격한 상승이 오래 반복되면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된다. 혈관이 손상될 경우, 혈관질환인 죽상경화증이나 신장질환,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혈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순서 바꿔서 천천히…‘채소→단백질→밥’
건강관리에서 혈당상승은 위험한 요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단 맛’은 ‘짠 맛’보다 상대적으로 경각심이 낮은 편이다. 달콤한 간식은 물론, 한식 조리에도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많이 들어간다.
당뇨환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2010년 약 312만 명에서 2020년 660만 명으로, 10년 사이 2배 가량 급증했다. 성인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혈당관리에서는 식습관의 변화가 우선이다. 음식의 종류뿐 아니라 먹는 순서를 바꿔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심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고, 이후 ‘단백질’을 섭취한 다음,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먹는 방법이다. 즉 채소 반찬이나 샐러드 등을 먹은 뒤 계란이나 두부, 고기류 반찬을 먹고, 밥은 가장 마지막에 먹으면 된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음식을 먹은 뒤 올라가는 혈당의 상승속도가 늦춰지기 때문이다. 반면 흰밥이나 밀가루와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빠르게 혈당을 높인다.
이로운 점은 또 있다.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먹은 후 탄수화물을 먹으면 포만감이 높아져 먹는 양이 적어진다. 이로 인해 혈당을 올리는 ‘과식’도 막을 수 있다.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이 상승하는 혈당스파이크가 발생해 인슐린 작용에 이상이 생긴다.
세끼 밥만 바꿔도…
식사 순서를 달리하면서 ‘밥’을 통곡물로 바꾸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흰 쌀밥은 혈당지수가 92(100g당 기준, 한국영양학회 자료)로 높은 식품이다. 정제 탄수화물인 흰 쌀밥을 통곡물인 현미밥이나 귀리, 보리, 잡곡밥으로 교체하면 혈당 상승을 훨씬 낮출 수 있다. 하루 세끼 먹는 밥을 통곡물로 바꾸는 것은 혈당관리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매일 마시는 가당음료 바꿔야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음식들은 단지 ‘몇 분간’ 입을 즐겁게 하는 과자, 빵, 단 음료들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시럽이나 설탕이 들어간 라떼, 콜라, 주스 등의 단 음료는 혈당상승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2형 당뇨병 환자가 가당 음료를 지나치게 마시면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나왔다.
영국 의학 저널(BMJ) 최신호에 실린 미국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1만여 명 당뇨 환자의 18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당 음료를 마시는 빈도가 하루에 한 번 추가될 때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조기 사망 위험은 8%씩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