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은 원래 감기약이 아닙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다. 추운 겨울에는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가 찾아오기 쉽다. 감기에 걸리게 되면 증상 완화를 위해 다양한 약을 복용한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오한이 들거나 몸살 기운이 있다 싶을 때, 사람들은 ‘쌍화탕’을 떠올린다. 쌍화탕을 먹으면 감기 증상이 완화되거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여, 쌍화탕을 감기약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쌍화탕은 원래 감기약이 아니다.

몸이 으슬으슬해지면 쌍화탕을 찾지만, 쌍화탕은 원래 감기약이 아니다

쌍화탕은 허약할 때 먹는 피로회복제

쌍화탕은 <동의보감-잡병편(雜病篇) 허로문(虛勞門)>에 “마음과 몸이 모두 피로하고 기혈이 모두 상하거나, 방사(房事)를 한 후 일을 많이 하거나 일을 많이 한 후 방사를 하거나 큰 병을 앓은 후 허로가 되거나 기가 허하여 자한이 있는 증상을 치료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쌍화탕(雙和湯)의 쌍화(雙和)는 기(氣)와 혈(血穴)을 모두 화평하게 하는 처방이라는 의미로 정신적·육체적 과로로 인해 나타나는 만성적인 피로와 병후 체력을 회복하는 데 활용됐다.

쌍화탕이 처음 기록된 <화제국방>에는 ‘쌍화탕은 남자와 부인의 오로(五勞), 육극(六極), 칠상(七傷)과 심신이 모두 허한 것, 정혈(精血)과 기가 적어져서 허로하게 된 것을 치료한다. 모든 뼈마디가 마르고 초췌하며 팔다리가 나른하고 한열(寒熱)이 왕래하고 기침하며 목이 건조하고 움직이면 숨이 차고 기가 딸리며 안색이 노랗고 조금이라도 사기(邪氣)에 저촉되는 바가 있으면 쉽게 다른 병이 되는 것을 치료한다. 평소에 항상 복용해서 중기(中氣)를 조절하고 기를 기르며 혈을 보충하고 정신을 기르며 위를 편하게 하면서 음식을 먹게 하고 허손을 보한다’고 했다. 자연치유력, 항병력을 높이며 허로로 인한 매우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처방인 셈이다.

쌍화탕은 백작약, 당귀, 황기, 천궁, 숙지황, 감초, 육계로 이뤄진 처방으로 물에 넣고 생강과 대추를 함께 달여서 먹게 한 처방이다. 간혹 일부 서적에는 쌍화산(雙和散)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가루를 내서 끓여 먹기도 했기 때문이다.
쌍화탕에는 백작약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백작약은 근육의 긴장과 피로를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대표적인 보간혈약이다. 한의학적으로 간은 근육을 주관하는데, 근육의 긴장이 잘 풀어지지 않거나 메마른 사람들은 간혈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근육 문제가 있을 때 쌍화탕을 먹기도 한다. 쌍화탕은 혈액순환을 원활히 만들어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감기약이라기 보다는 피로회복약에 더 가깝다.
숙지황과 당귀, 천궁은 보혈 기능이 있고, 황기는 땀을 줄이며 기를 보하며 맵고 뜨거운 성질이 있어 기혈을 빠르게 순환시키는 효능이 있다. 계피와 감초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말초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쌍화탕이 원래 감기약이 아닌 이유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계의 감염 증상이다.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미열, 두통 및 근육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즉, 몸에 좋지 않은 것이 몸 안으로 들어와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밖으로 염증을 빼주거나 열을 꺼줘야 한다. 그러나 감기약으로 오해한 쌍화탕에는 열을 발산시키는 약재가 들어가 있지 않다.오히려 식은땀이 나는 것을 막아주는 약재가 포함되어 있다.
만일 인후통과 발열이 심한데 쌍화탕을 마시면 염증이 심해지고 열이 더 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쌍화탕은 면역반응을 활발하게 하므로 급성 염증 반응을 심화시키고 열을 조장할 수 있다.

다만 감기가 낫고 난 이후에 체력을 회복하는 데는 좋다. 오한기가 있으면서 으슬거리는 감기 초기에는 무난하다. 조선시대 일기집인 <하재일기>에는 ‘내가 한기가 들어 종일 베개에 엎드려 있었다. 밤에 쌍화탕 1첩을 복용하였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적절한 처방일 수 있다.

쌍화탕, 위장과 심혈관 질환에 좋아…

쌍화탕은 원래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화제국방>에는 ‘혹 냉(冷)에 상하면 숙식(宿食)이 소화되지 않고 비장이 아프고 복통이 있으며 설사하고 구토하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쌍화탕의 재료 중 하나인 계피가 비위장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소화기가 차서 소화장애가 있거나 복부가 차서 일어나는 복통과 설사 등에 좋다. 다만, 대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묽은 변이나 설사 등을 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숙지황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 농촌진흥청이 유전체 분야 국제 학술지 유전자(Gene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황(숙지황)의 유용 성분 중 하나인 테르페노이드 생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174종의 유전자를 발굴하고, 이 중 핵심 유전자 24종의 기능을 밝혔다. 테르페노이드는 병해충 방어, 광합성 등 식물 생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대사물질이다. 심혈관 질환 예방과 혈당 저하 등에 효과를 보인다. 쌍화탕에 들어가는 숙지황은 항암, 항염, 스트레스 저감, 불면증, 소화불량 개선 효능이 있다.

또 쌍화탕은 마른 체질의 경우 살집을 잘 만들어준다. <화제국방>에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살집이 만들어지지 않고 가슴이 번민하면 식은땀이 나고 일체의 허로를 치료한다’라고 했다. 위장을 건강하게 해주면서 먹는 음식을 살로 가게 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운동을 즐기는 사람에게 자주 발생하는 근육통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쌍화탕에 들어가는 백작약이 뭉친 근육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황기는 인삼과 더불어 대표적인 기를 보하는 약재로 식은땀을 그치게 하고 종기 등을 치료한다. 이처럼 쌍화탕에 쓰이는 한약재는 대부분 몸의 기운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혈행을 보강하여 염증을 감소시키며, 소화를 돕는 작용을 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