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약 없이 치료할 수는 없을까?

인간의3대 욕구로 식욕, 성욕, 수면욕을 꼽습니다. 그중에서도 식욕과 성욕은 의식적으로 어느 정도 조절을 할 수 있는 반면에, 수면욕은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이겨내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과거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것을 고문법으로 사용했을 정도이니까요. ‘잠을 잘 자는 것이 복이다’라는 옛말도 있지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인구의 20%가 경험할 정도로, 수면장애(불면증)은 흔한 질환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의 뇌는 1분 1초를 쉬지 않고 풀가동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친 뇌에게도 회복을 위한 휴식이 필요한데요. 이러한 뇌가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 바로 수면입니다. 특히 잠을 자면서 쉬는 동안 우리의 학습, 기억, 감정 등이 오히려 잘 작동하고 심장 기능이나 호르몬 등의 신체기능을 유지하는데도 충분한 잠이 필요합니다. 또한, 몸에 감염이나 염증이 생겼을 경우 우리 몸은 회복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의 수면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잠을 잔다는 것은 수면시간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자는지도 중요합니다. 수면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렘수면(REM Sleep)으로 기억을 포함하여 지적인 일과 관련된 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룻밤 수면 중 1/4를 차지하며, 꿈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렘수면(non-REM Sleep)으로, 우리의 육체적인 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 깊은 수면이라고 부르며, 하룻밤 수면에서 초기 3/4에 해당합니다. 이때 깊은 수면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수면장애라고 칭합니다. 잠자는 동안 이런 단계들이 얼마나 적절한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여름철 장마,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장마철 우울증은 일조량이 부족해지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의 하나입니다. 장마철 우울증은 일조량이 적고, 습한 날씨가 오래 이어지면서 호르몬의 분비에 영향을 끼침에 따라 일어나는 증상입니다. 사람의 뇌는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의 따라 낮과 밤을 구분하는데, 흐린 날씨로 인해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비가 계속 내리는 날에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어 낮 동안에도 뇌가 밤이라고 착각해 멜라토닌을 평소보다 많이 분비합니다. 이로 인해 신체리듬이 깨지게 되어 불면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장마철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의 개선이 많은 도움이 되는데, 우선 가끔 햇빛이 날 때 잠깐이라도 산책을 통해 햇볕을 쬐거나, 실내조명을 밝게 틀어 빛의 양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제습기 등으로 실내 습도를 낮춰 적절한 습도를 관리하고, 간단한 운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는 것도 무기력감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장마철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수면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오후에 활발히 활동을 하거나 잠자기 2~3시간 전에 30분 정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잠자기 전에 하는 스트레칭은 근육의 피로를 회복시키고 근육을 이완시켜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불면증의 치료법

불면증의 가장 알려진 치료법은 약물치료입니다. 하지만 불면증 환자에게 무조건 수면제 복용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졸피뎀이나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오랜 기간, 많은 양을 먹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의존성과부작용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수면 습관과 수면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비약물적 치료를 시행해야 합니다. 만약 오랜 기간 수면의 질이 떨어져서 다음날 졸리고 무기력하거나, 신경이 예민해지고 기억력의 감퇴가 오는 등의 불편을 겪고 있다면 수면습관을 먼저 개선해 보세요.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수면장애의 원인이 무엇인지 함께 파악하고, 그 원인을 제거해나가는 것이지요. 이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수면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는 환자에 따라 수면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수면제 부작용이 나타나면 어쩌죠?

과거에는 수면제 복용 후 약물이 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다음날 낮까지 머리가 맑지 않거나, 신체적·심리적 금단증상이 쉽게 발생해 중단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학기술이 많이 발전하면서 효과는 단기간으로 작용하면서 인지 기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약물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수면제와 달리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었습니다.

이제는 수면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의 선택지가 넓어졌기 때문에, 환자가 가진 수면장애의 특성에 따라서 적절한 약물을 처방해야 하며,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해 약물에 대한 반응과 부작용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환자 스스로가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정상적인 수면을 할 수 있도록 약물치료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습관

1. 규칙적인 생활습관 갖기

수면의 양이 무조건 수면의 질과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수면의 양을 늘리기보다는매일 같은 시간에 잠을 자고, 깊은 수면을 하기 위해서 적절한 활동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야외활동이나 실내운동이 예전만큼 편하지는 않기 때문에 낮 시간 동안 충분히 햇볕을 쬐어 밤에 멜라토닌 분비를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 실내 온도 및 습도 조절하기

날씨가 덥다고 무조건 에어컨 온도를 낮추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공기가 답답하지 않게 환기를 자주 하고, 50-60%의 적정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수면에 방해가 되는 음식 섭취 피하기

직장인에게 커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지만, 적어도 취침시간 5시간 이전부터는 카페인 섭취를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3시간 이전부터는 소화가 잘 안되거나 자극적인 음식 섭취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술을 마시면 금방 잠에 드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오히려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으로 넘어가지 않고, 자주 깨게 되어 수면의 질을 떨어집니다.

4.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37-39도 전후의 온도로 30분 이내로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간혹 자기 직전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거나 과한 운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수면에는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2~3시간 전에 해주시는 것이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