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백신이 나올까?

가장 무서운 암, 췌장암

췌장암은 복강 깊숙이 위치한 작은 장기인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양 덩어리를 뜻하며, 췌관세포(혹은 이자관 세포 Pancreatic Duct)에서 발생한 이자관 선암종이나 낭종성암(혹은 낭선암), 내분비종양 등이 있다. 췌장암이 무서운 이유는 다른 대부분 암은 1기에 발견했을 시 수술 후 생존율이 95~100% 정도이며 항암치료도 필요치 않은반면, 췌장암은 재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수술 후 5년 생존율도 30%로 낮은 편이다. 물론 수술 후 항암치료로 재발을 방지하려 노력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암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췌장암은 일반적으로 매우 늦은 단계에서 발견된다. 조기 발견 확률이 매우 희박하며 환자는 일반적으로 암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다른 장기로 퍼질 때까지 증상을 발견하지 못한다. 치료를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로 암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췌장암은 환경을 변화시키고, 그 자체도 환경에 의해 변화한다. 이 때문에 췌장암의 치료는 특히 어렵다. 많은 전문가는 모든 췌장암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질병과 같으며, 개별화된 치료법을 개발해야 하는 종양의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한다.

췌장암이 치명적인 이유는 일반적으로 매우 늦은 단계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 Ersin Arslan/Zoonar/picture alliance

중요한 점은 인류의 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존율이 지난 반세기 동안 거의 개선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인데, 최근 새로운 mRNA 백신이 수술 후 종양이 재발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Rojas et al. 2023, Nature, 관련 논문 기사 아래 수록)가 보고되었다. 대부분의 치료는 혁신적인 발명을 통해서 크게 발전하곤 한다. 그리고 현재 그런 일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췌장암 환자들에게 개인 맞춤형 mRNA 백신 투여

뉴욕의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 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루이스 로하스 박사(Luis A. Rojas)가 이끄는 미국의 한 연구진은 16명의 췌장암 환자에게서 종양을 수술로 제거한 후 개인 맞춤형 mRNA 백신을 투여했다. 그리고 18개월의 임상시험 기간이 끝날 무렵, 환자의 절반이 재발하지 않았음을 주목했다. 보통 수술 후 몇 달 안에 재발하는 췌장암을 고려하면 이는 엄청난 성공인 셈이다.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췌장암 세포

치료에 대한 결과는 여러 변수에 따라서 매우 가변적일 수 있으므로 모든 상황에서 반드시 치유되는 치료법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많은 췌장암 전문가는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기뻐하고 있다. 하이델베르크 독일 암 연구 센터(German Cancer Research Center in Heidelberg)의 종양 면역학자인 닐스 할라마(Niels Halama)는 이번 연구 결과를 매우 환상적이고 예상치 못한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남부의 울름 대학교 위장병 전문의 토마스 서퍼라인(Thomas Seufferlein) 역시 이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병원의 알렉산더 클레거(Alexander Kleger) 역시 이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거대한 발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위 연구는 16명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이다. 하지만 가장 치명적이고 치료하기 어려운 암 중 하나에 mRNA 기술을 성공적으로 사용했다는 최초의 증거를 제시해 주는 매우 놀라운 연구이다. 이는 개별 환자의 종양에 맞는 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수년간의 노력에 결정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백신을 투여받은 절반의 환자들, 재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뉴욕의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 센터에서 환자의 종양을 제거한 후, 이를 화이자와 함께 COVID-19 백신을 만든 생명공학 연구 기업인 독일의 BioNTech로 보냈다. 위 회사에서는 염기 서열을 분석하고 소위 신항원(neoantigen)이라고 불리는 돌연변이의 존재 여부를 검사했다. 이후, 표적화 할 신항원을 환자별로 개별적으로 선별하고 mRNA 기반 백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과정 자체가 수년간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매우 복잡한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서 COVID-19에 대한 mRNA 백신처럼 신항원 구조에 대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이 백신은 환자들이 췌장의 원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지 9주 후에 처음으로 투여되었으며, 환자들은 화학 요법과 암이 면역 체계를 차단하는 것을 방지하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를 투여받았다. 결과는 면역 반응을 보인 8명의 환자에게서는 연구가 끝날 때까지 종양이 재발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8명의 환자는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췌장암이 재발했다.

뉴욕 마운트 사이나이 아이칸 의과대학(New York’s 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에서 암 면역학을 연구하는 니나 바르드와즈(Nina Bhardwaj)는 면역 유도와 장기 생존의 조기 징후 사이에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고 밝히며, 이 연구 결과는 반드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신으로 암을 치료한다?

사실 백신의 도움으로 암을 퇴치한다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0년에 이미 미국에서는 전립선암 백신이 승인된 바 있으며, 암에 대한 mRNA 백신에 대한 연구도 한동안 계속되어 왔다. 다만 최근에야 Moderna와 Merck가 개발한 mRNA 백신이 고위험 흑색 종 치료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와 오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암과의 전쟁에서 mRNA 백신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 New Docs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는 췌장암 백신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췌장암은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지 않아 면역 체계에서 더 잘 살아남고, 면역 체계로부터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운 낙관론,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많은 의문점

초기의 놀라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앞선 설명처럼 위 연구는 16명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18개월이라는 짧은 관찰 기간 역시 제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대조군, 즉 수술, 화학요법, 면역관문억제제만 투여한 비교군과의 비교 없이 진행되었다. 따라서 백신 접종만으로는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고 이전 치료법과의 비교도 어렵다. 각 환자가 맞춤형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도 연구 결과를 비교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 백신 접종으로 절반의 환자에게서만 암에 대한 면역 반응이 나타난 이유나 향후 신항원 선택이 최적화될 수 있는지 여부 및 이에 대한 자세한 기작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흥미롭게도 같은 기간에 투여된 COVID-19에 대한 mRNA 백신은 모든 환자에게 면역 반응을 일으켰으며, 이는 신항원에 대한 반응이 어떤 식으로든 손상되지 않았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종양이 이미 너무 진행되어 사실상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백신 접종이 도움이 되는지 불분명하다. 이 연구는 종양 제거가 가능한 환자만 포함하여 진행했기 때문이다.

니나 바르드와즈는 진행성 질환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하며 이는 이미 많은 면역 억제 인자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좋은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고 해도 종양 자체에 적합한 세포(이 경우 T세포)를 얻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는 크고 부피가 큰 종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백신 접종만으로는 불충분한 치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전이 단계 등에서 보조 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mRNA 백신이 암 치료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현재 위 단계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매우 많다. 백신을 만드는 과정을 얼마나 가속할 수 있을지? 백신이 개발되면 가격은 얼마나 비쌀지? 등등보다 현실적인 질문들이 매우 많다.

이에 BioNTech의 설립자인 우구르 사힌은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지난 몇 년 동안 생산 시간을 6주 이내로 단축하고 생산 비용을 치료 당 3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낮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종양 면역학자 닐스 할라마 역시 이 정도 규모의 임상 적용을 통해 앞으로 가격을 더 낮출 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매우 복잡하다고 설명하는 이 과정을 전문 센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해당 제조시설을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한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면역학자 드류 와이즈먼(Drew Weissmann)은 이 백신이 현재로서는 전 세계에서 두세 곳의 센터가 있어야 개발할 수 있는 백신이라고 설명하며 현재로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밝혔다. 궁극적으로 인류는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을 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mRNA 백신이 암치료에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해답을 찾지 못한 질문도 많이 남아 있다. 드류 와이즈먼은 이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암이 RNA 백신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기에 이것은 아직 혁신이 아닐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지만, 현재 췌장암 치료 방식을 개편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