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낮추는 야간뇨
배뇨장애는 전립선비대증, 과민성방광, 신경인성방광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소변 제어 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질환으로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기는 하지만 약물 효과를 극대화하고 더 나아가 약물 없이도 배뇨장애를 극복하려면 배뇨습관이나 생활습관의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다양한 배뇨장애 환자 중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며 최우선으로 개선이 필요한 환자를 꼽으라면 야간뇨 환자들일 것이다. 하룻밤에 많게는 5~6번까지도 소변을 보고 있어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호소한다. 환자가 작성해 온 3일간의 배뇨기록지를 살펴보면 한 번에 150cc 전후의 소변을 하루 7~8회 정도 보고 밤에도 서너 번씩 화장실을 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저녁식사 이후 소변 횟수가 점차 증가하며 소변을 보더라도 낮과 비슷한 소변량이거나 조금 더 많은 경우도 흔하다. 전형적인 야간다뇨형 환자들이다.
야간뇨의 원인
야간다뇨형 환자들은 야간의 수분섭취 및 소변생성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하루 소변량의 1/3 이상이 야간에 만들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나이가 들면 야간의 항이뇨호르몬(소변이 덜 만들어지도록 하는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야간 소변량이 많아진다. 야간 환자들은 대개 낮 시간에는 업무 때문에 외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수분섭취를 못하다가 저녁 이후 집에서 수분섭취량이 집중되는 잘못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야간 소변량이 많아지게 되고 야간다뇨로 인한 야간뇨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자기 전에 한 두 잔의 물을 마시고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일부 방송을 보고 이를 실천하는 환자들이 더러 있는데 이런 경우도 야간뇨를 피하기 어렵다. 야간뇨 환자라면 자기 전 수분 섭취는 물론, 저녁식사 때도 수분이 많은 음식(국, 찌개)을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적절한 배뇨 상태 및 습관, 소변량은 하루 동안 소변 5~6회, 한 번에 250~300cc 정도, 총 1.5리터 정도의 소변을 보는 것이다. 자다 일어나 소변을 보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수분섭취 습관과 배뇨습관을 갖는 것이 필수다.
소변을 모아 배출하는 것이 효과적
야간뇨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낮 시간에 수분섭취량을 늘리고 소변을 모아서 보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외래에서 환자에게 소변을 모아서 봐야 한다는 설명을 하면 대부분은 “소변을 참으면 건강에 안 좋은 것 아닌가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소변을 억지로 많이 참고 급한 소변을 보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방광에 소변이 많이 모이지 않아 그렇게 마렵지도 않은데 미리 소변을 보지 말라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방광은 내부에 소변이 차게 되면 우리의 뇌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소변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가도 어떤 일에 집중하다 보면 소변 생각은 잊고 1~2시간 이상 일에 집중해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개 100~150cc 전후에 이런 소변에 대한 신호가 처음 시작된다. 이때 화장실을 바로 가지 말고 소변을 충분히 마렵다고 느껴질 만큼 참다가 250~300cc의 소변을 모아서 보는게 중요하다.
적은 양의 소변에도 화장실을 반복적으로 가다 보면 방광 자체가 과민해지고 기능적 방광 용적도 감소하게 된다. 이런 경우 한밤중에 적은 양의 소변에도 깰 수 밖에 없으며 야간뇨는 더욱 심해진다. 방광 과민성이 심한 환자는 약물로 그 과민성을 줄임과 동시에 배뇨습관과 행동습관도 함께 교정해야 한다. 낮 시간 동안 충분한 수분섭취를 하고 같은 시간 소변을 참아 소변량이 많아지도록 하는 훈련을 통해 일종의 근육 풍선인 방광의 용적을 키워야 한다.
정해진 수분량만 섭취하고 제한하기
수분섭취량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식사 후 점심시간까지 약 500cc의 물을 마시고, 점심식사 후 저녁식사 전까지 또 500cc를 마신다. 식사 때 먹고 마신 음식이나 물과는 별도로 약 1리터의 물만 따로 섭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식사 후에는 30분 정도 경과 후 저녁약을 복용한 시점부터는 수분섭취를 제한한다. 마지막으로 물을 마신 때부터 2~3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로 있다가 취침하는 게 좋다.
일부 야간뇨가 심한 분들 중에는 식후 1시간도 되지 않아 잠자리에 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여러 여건으로 인해 식사시간, 취침시간을 조정하기가 어려운 환자라면 저녁식사를 밥과 마른반찬으로만 구성된 식단으로 적게 먹는 방법이 최선이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장기 복용하던 환자들이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약을 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처럼, 배뇨장애 환자들도 배뇨습관과 식이습관만 잘 교정한다면 약물을 끊고도 야간뇨 없이 숙면을 취하고 다음날 아침 기분 좋게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