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관심이 독이 될 때, 과잉보호

식물을 키울 때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식물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물과 일조량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특히 필요한 만큼의 물을 필요한 시기에 맞춰 주는 것은 식물이 잘 자라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물이 너무 적으면 시들어 말라죽기 쉽고, 과습이 되면 뿌리가 썩어 죽기 쉽습니다.

아마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많거나 적은 일조량과 수분이 성장과 생존에 방해가 되는 것처럼, 꼭 필요한 보호나 지원, 환경적 요인이 너무 부족해도 반대로 너무 과해도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영유아기,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치며 각 단계에 맞는 발달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한 주요 양육자로부터의 정서적, 신체적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거나 환경적 자극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으면 언어발달과 신체 발달, 정서발달 등에 지장이 생깁니다. 그 정도가 심해서 아이를 돌보지 않고 양육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아 아동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면 학대와 방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변의 지나친 관심과 통제가 나타날 때는 부모를 비롯한 주양육자가 모든 것을 간섭하고 결정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거나 결정하는 경험을 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놀 때 부모가 지나치게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어떤 장난감을 갖고 놀지, 어떤 내용의 상황극을 할지 등을 모두 결정하면서 아이가 충분히 생각하고 탐색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성장 과정에서 이런 경험이 누적되면 아이는 통제감과 유능감을 느끼지 못하고 좌절감과 무력감을 자주 느끼며 타인이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 주기를 바라는 의존적 성향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일타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사교육 중심지에서 대학 입시생을 둔 학부모들의 교육열과 학생들 간의 경쟁, 우정, 대형학원의 일타강사가 느끼는 교육적 고민에 대한 공감과 함께 출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사교육에 열정적이지 않았던 주인공(전도연분)이 열혈 사교육 맘으로 거듭나며 벌어지는 헤프닝과 자녀들의 성적에 지나치리만큼 집착하며 아이를 통제하거나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부모의 모습이 현실감 있게 와 닿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치맛바람’이라고 불렀던 양상이 ‘헬리콥터 부모’나 ‘캥거루맘’처럼 이름을 바꿨을 뿐이지요. 헬리콥터맘은 부모가 자녀 대신 모든 것을 다 해주거나 사사건건 간섭하며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캥거루맘의 자녀들인 캥거루족은 취업난, 경제난, 급등한 주택가격 등으로 인해 대학 졸업 이후에도 구직과 결혼, 경제적 독립이 쉽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성인이 된 후에도 오랜 기간 부모님으로부터 지원받는 경우를 말합니다. 물론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택 마련의 어려움, 물가상승률 대비 미미한 임금 상승률 등의 사회적 문제와 중첩되어 나타나는 측면이 있기에 비단 부모들의 과잉보호나 자녀들의 의존적 성향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바라보며 ‘과습’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물이 새로운 줄기를 뻗어 나가고 잎을 돋우며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우리도 자녀들 혹은 주변 사람들, 스스로에게 수분 부족이나 과습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본인이 자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간섭하는 성향을 보인다면, 그 이면에 있는 정서적 욕구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며 지나치게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이나 이상적 삶의 모습을 상대방에게 투영하며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이런 경우 부모는 자신이 못다 한 꿈을 자녀가 대신 이뤄주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며 자녀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자녀들은 이런 부모들로 인해 압박감을 느끼며 힘들어합니다. 또, 때로는 본인이 마주하기 어려운 불안, 통제감에 대한 욕구를 상대에 대한 통제로 채우고자 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과잉보호에 익숙하거나 현재도 그런 영향 아래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내리는 결정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본인의 능력을 의심하기 쉽습니다. 입시, 취업, 결혼과 같은 삶의 중요한 순간에도 본인보다 주변에서 원하는 기대에 맞춰 선택하게 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자신이 실제 원하는 바, 기대했던 바와 다른 현실에 후회하거나 괴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객관적으로 남들이 보았을 때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모습, 행복해 보이는 조건들을 모두 갖춘 것 같아도 스스로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허무함을 경험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과잉보호와 의존상태의 상호작용에서 벗어나 보다 건강한 관계를 맺고, 건강한 개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먼저 과잉보호, 통제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의 경우에는 자신이 상대방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이유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잉보호를 통해 상대방을 향한 강한 애정과 관심을 쏟아붓는다고 여기며 사실은 본인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애정과 인정에 대한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또, 상대방을 위한다고 하는 행동이 실제로는 상대가 아닌 나를 위한 것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나와 가까운 사람, 설령 자녀라고 해도 내 소유물이 아니며 자유의지를 가진 개별적이고 독립된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상대방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반대로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내 생각과 결정을 조금 더 신뢰하고 확신을 가지는 태도가 요구됩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나은,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겠지만, 그 누구도 완벽한 선택이나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며,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작은 일부터 도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잘 모르는 전자기기를 구매해야 할 때, 처음부터 주변 사람의 도움을 청하기보다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비교해 보며 적당한 모델을 찾아 구매하는 것까지 전 과정을 모두 자신의 힘으로 해 보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떨리고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런 불안을 극복하고 혼자 힘으로 해보는 경험을 늘리면 자기확신과 함께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당한 햇빛과 물을 공급하며, 공급받으며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한 뼘 더 성장하는 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