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까지 부모의 하루하루는 기쁨과 함께 걱정과 두려움도 커진다. 눈으로도 확인할 수 없던 아주 작은 생명체가 엄마의 뱃속에서 건강하게 10달의 시간을 보내고 탄생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준비는 필수다. 특히 고위험 산모라면 엄마와 아기 모두의 건강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국내 전체 임신의 20~30%에 해당하는 고위험임신에 대해 알아보자.
35세 이상 고령화 임신이 주요 원인
고위험임신이란 임신 전, 임신·출산 과정, 출산 직후 모체나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상태다. 임산부가 35세 이상이거나 19세 이하인 경우, 과거에 잦은 유산을 경험한 경우, 기형아·조산아·사산아·거대아의 출산경험이 있는 경우, 유전질환이 있거나 당뇨·고혈압·심장병·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쌍태아가 고위험임신에 속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 10년간 35세 이후 출산 여성의 비율이 약 2.3배 증가했으며 전체 산모 중 약 27%가 고위험 산모로 분류(2012, 통계청)되고 있다. 이 가운데 30~34세가 4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렇게 증가한 주요한 원인은 최근 결혼이 늦어지면서 고령 임신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통 35세 이상 여성이 아기를 가졌을 때 고령 임신으로 분류하는데, 20대에 출산하는 여성보다 30대 이후에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경우 고위험임신의 확률이 높다. 특히 이들 임산부들은 태반조기박리나 전치태반이 임신 초기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태반조기박리란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나오기 전에 태반이 먼저 자궁벽으로부터 떨어지는 것이며, 전치태반은 태반이 자궁경부(자궁 입구)에 근접해 있거나 이곳을 덮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조산의 원인이 되거나 출산 전후 과도한 출혈을 유발해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전치태반이 있으면 임신 32주 전후 선홍색 출혈이 약간 비친다. 임신 중 질에서 묵은 피가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때는 피의 색깔이 검붉고 탁하다. 따라서 임신 32주를 전후해 선홍색 출혈이 나타났다면 일단 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출혈이 있는지 수시로 살펴보고, 약간의 출혈이라도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 태반과 태아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고혈압․혈관질환 위험 높아… 식사, 혈압․혈당 조절 유의
임신을 하게 되면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급성심근경색 등 각종 혈관질환이나 고혈압의 위험이 높아진다. 고령 임신의 경우 그 위험이 20대보다 2~4배까지 높아지게 되며, 증세가 심하면 신장이나 태반에서 혈관 수축이 이뤄져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자궁으로 흐르는 혈액량도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태반의 기능이 저하돼 아기의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저체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혈압에 따른 다른 질병에 걸릴 확률 역시 높아진다. 그러므로 고위험 임산부의 경우 적절한 식사와 영양 섭취, 정상적인 혈압 유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임신 중기로 접어들면 임신성 당뇨에도 주의해야 한다. 당뇨란 체내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대사질환으로, 혈중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고혈당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임신성 당뇨가 발생하게 되면 임산부와 태아의 합병증뿐 아니라 거대아 (체중이 평균값보다 훨씬 큰 신생아) 출산, 난산의 위험이 높아진다.
고령 임산부는 임신성 당뇨의 고위험군인만큼 혈당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임신성 당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식을 자주 먹는 것이 좋은데, 끼니 사이의 공복 상태를 없애 혈당 수치를 떨어지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과일, 유제품, 곡물류 등의 간식을 매 끼니 중간에 가볍게 섭취해주면 좋다. 예를 들어 아침 식사를 8시에 했다면 오전 간식 10시, 점심 식사 12시, 오후 간식 2~3시, 저녁 식사 6~7시, 저녁 간식은 8시 정도에 한다. 단, 취침 2시간 전부터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게 좋다. 임신 전 당뇨가 있었던 임산부라면 매일 혈당을 측정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단 음식을 주의해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임산부 심신 안정이 우선, 하루 2ℓ 물 섭취
요즘은 과거와 달리 여성의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산전 검사가 일반화됐다. 고위험임신이라도 초기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조치, 철저한 관리로 건강한 출산을 할 수 있다. 고령 임신의 경우 지나치게 태아의 상태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과도한 걱정은 태아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임산부의 건강은 태아의 건강과 직결되므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마음의 안정을 갖고 자신의 건강부터 유지하는 것이 태아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주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자신의 신체변화와 태아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탈수증세가 있으면 조기진통이나 조산의 위험이 높으므로 하루에 2ℓ 정도의 물을 마셔주는 것이 좋다. 예정일이 다가오면 무리한 운동, 계단 오르기, 2시간 이상의 외출을 삼간다.
고위험 임산부들은 태아의 체중이 평균에 미달되는 저체중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다. 저체중아는 호흡곤란증후군·괴사성장염 같은 질환을 흔히 동반하므로, 응급 수술이 가능하고 미숙아를 관리할 수 있는 신생아 전문 의료진이 있는 병원에서 아기를 낳는 것이 안전하다.